강화 평화전망대 오른 30가구 90여명 “북한 땅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어요”

입력 2010-07-11 19:12


국민일보 주최 ‘다문화가정 초청 한국의 역사문화체험’

10일 오후 3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강화평화전망대’.

본보가 주최한 ‘다문화가정 초청 한국의 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30여 가구 90여명은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느낄 수 있는 북한 땅이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1.8㎞ 앞에 펼쳐지자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은 개성공단에서 약 15㎞ 지점에 위치해 67㎞나 떨어진 서울보다 북한이 훨씬 가까운 곳이다. 민간인통제구역에 자리 잡은 평화전망대는 과거에는 군인만 근무하는 초소였으나 남북의 평화무드 조성으로 2008년 9월 개관돼 내·외국인에게 안보관광지로 개방되고 있다.

전망대 3층에서 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 정은숙(50·여)씨로부터 “대북접경지역 중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소개받은 일행은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북한산하를 들여다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눈앞에 북한 황해도 개풍군과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도 보였다. 전망대 1층에서 북한산 특산품인 들쭉(블루베리)캔디 등을 구입하는 일행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하 1층과 지상 4층의 출입금지구역이라는 글씨는 이곳이 최전방 초소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다문화가정 역사문화체험단은 이날 오전 11시쯤 신미양요 당시 쇄국정책으로 미군을 물리친 광성보(사적 227호)에서 염하수로를 내려다보며 안보관광을 시작해 오후 5시쯤 강화역사문화관에서 안보관광을 마쳤다. 문화관에서는 평양박물관에 진품이 소장돼 있다는 ‘강화행렬도’를 통해 강화도령이 조선조 철종 임금이 된 사연을 들었다.

어린이들은 이어 강화 남단의 길상면 온수리 정족산(220m)에서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며 조선의 대원군 시절 프랑스 군인을 포수들이 무찌른 병인양요(1866년)에 대해 들으며 국방의 요새인 강화도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일행과 어울려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1998년 결혼이주한 김희진(본명 릴라니·38·여)씨는 “공장노동자인 남편(47)과 두 남매를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은 본보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해 곧바로 현상한 뒤 액자에 담아준 가족사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복지재단의 희망플러스통장 대상자로 추천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라오스 출신의 리폰다운팽싱(32·여)씨는 자신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아들(7)과 찍은 사진을 보며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는지 큰소리로 웃어 보였다.

강화=정창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