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설동근] 교육을 실험으로 여겨선 안 돼

입력 2010-07-11 19:19


지난 6·2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뽑힌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들이 7월 1일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일제히 취임,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특히 각 시·도 교육감들도 교육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다양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의욕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려했던 이른바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주장했던 교육정책들이 현실로 하나하나 그 모습을 드러내며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교육감은 교원능력개발 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학생인권조례 제정, 민주노동당에 정치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들 징계 문제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은 정치적 이념이나 특정 이데올로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편향된 잣대로 교육 정책을 실행하려는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교육의 미래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편향 이데올로기는 내려놓자

교원능력개발 평가는 교원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킴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올해 전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10여년의 논의와 5년에 걸친 시범 선도학교 운영, 그리고 입법을 위해 3년의 노력을 걸친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교육 정책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폐지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행 상 문제점이 있으면 미비점을 보완해 이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 국회에서 연내 입법화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업성취도 평가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교육감이 7월 13∼14일 치러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회피할 목적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시·도 교육청이 실시 의무를 갖는 국가위임 사항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 간 서열을 조장하여 경쟁을 유발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각 지역의 정확한 학력 수준을 가늠해 열악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교육 정책을 개발·수립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도 무엇이 진정 학생을 위하는 것인지, 학교에서 교사들이 지도하는 데 교육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서 제정해야 한다. 이미 많은 교사들이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들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조차 고학년은 생활 지도가 어렵다고 해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그릇된 인권 의식과 교권을 흔들리게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각 학교에서 학교 여건에 맞는 ‘학생생활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은 실험이 아니다. 교육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소통과 화합의 지혜 모아야

민주노동당에 정치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들 징계 문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해당 교사들이 정치자금법 등 실정법을 위반해 법적 처분을 받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 교사에 대한 처리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그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혐의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 징계양정을 해야 한다. 또한 제반 상황을 참고해 종합적이고도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자칫 일부 특정 세력을 옹호함으로써 교육 현장에 잘못된 관행을 남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감은 지역주민의 선택에 의해 뽑힌, 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최고 수장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에게 교육을 통해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 특히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침묵한다고 해서 설익은 교육 정책으로 불안과 혼란을 야기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무엇보다 교육감들은 소통과 화합, 지혜를 모아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