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관심의 절망을 넘어선 살신성인
입력 2010-07-11 19:20
심한 화상을 무릅쓰고 모자 3명을 구한 소방관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20대 남자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10대들과 그들을 말리지 않은 시민들도 있다. 소방관의 살신성인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면, 한 시민을 집단폭행한 10대들과 이를 모른 체한 시민들은 우리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울산 태화안전센터 강동주 소방장은 지난 2일 화재 신고를 받고 울산시 다운동 4층 주택으로 출동했다. 주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연기와 불에 휩싸여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작은방으로 피한 모자 3명은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1초가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불길 속으로 뛰어든 강 소방장은 어린이 두 명을 몸으로 감싸고 5분여를 버텼다. 그사이 동료들은 창문을 통해 모자 3명을 구조했다. 동료들이 강 소방장을 구하는 데 다시 5분이 흘렀다. 강 소방장의 방화복을 뚫고 들어온 화마는 그의 엉덩이와 허벅지, 어깨 등에 2∼3도 화상을 입혔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구한 강 소방장의 투철한 책임감과 직업정신은 타의 모범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달 17일 서울 신천역 먹자골목에서 10대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양모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지 20일 만에 숨졌다. 사소한 시비 끝에 싸움이 벌어졌지만 양씨 지인이 막무가내인 학생들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가는 이들이 적잖은 먹자골목이었는데도 경찰에 신고한 시민은 없었다. CCTV에는 폭행 장면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찍혔다고 한다. 결국 양씨는 가해 학생들이 현장을 떠난 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6일 숨졌다.
특히 양씨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도 헤어진 뒤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다가 고아원으로 보내진 외로운 신세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10대들의 후환이 두려워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 112나 119로 전화만 걸었어도 생명을 건졌을 것이라고 경찰은 아쉬워했다. 사람이 대로에서 맞아 죽는데도 이토록 무심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