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 신부의 비극, 누가 연출했나

입력 2010-07-11 19:58

꽃 같은 20세에 47세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온 지 1주일만인 지난 8일 정신질환이 있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다. 두 사람은 올해 2월 베트남에서 결혼했지만 신부의 입국 절차 때문에 이달 초에야 부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말다툼 끝에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은 지난 8년 동안 57차례나 정신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결혼 중개 업체들이 돈만 내면 무조건 성사시키려 하고, 대상자의 병력을 검증하기 어려운 것도 비극을 만든 요인이었다.

‘한국에서 잘살아 보라’고 딸을 보냈다가 참담한 비극을 당한 베트남 가족들의 심경은 어떨 것인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는 천안에서 당시 19세의 베트남 신부가 술 취한 남편에게 폭행당해 죽은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죽음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가정폭력 등 학대와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시달리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 간 결혼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 정착과 더불어서 다문화 가정, 다문화 사회라는 말을 낳기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정은 농어촌 지역의 결혼난, 출산율 감소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말로만 다문화 시대를 외칠 뿐 필요한 대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자들의 기초적 언어 소통을 도와줄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지 않다. 이주자가 노동 현장이나 가정에서 스스로 익히거나 지자체 또는 시민단체의 프로그램에 의존할 뿐이다. 이번에 희생된 베트남 신부도 한국말이라곤 남편을 부르는 ‘오빠’ 등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베트남 영사관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캄보디아 정부는 남자 한 명이 캄보디아 여성 여럿을 놓고 고르는 맞선 방식에 반발, 자국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제결혼 때문에 비극이 이어지고 한국이 국제적 비난을 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동남아 신부를 귀화민과 같은 수준의 정착 교육을 밟게 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포함시켜야 한다. 국제결혼 중개 업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