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장로교의 날, 28개 교단 총회장 총무 성도 등 5000명 한마음 기도
입력 2010-07-11 20:39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목회자나 평신도,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140여개로 분열된 한국 장로교회가 조속히 하나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 탄생일인 10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가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2010 장로교의 날’ 대회에서다. 특히 칼뱅의 후예임을 자임하는 28개 장로교단 총회장과 총무들은 하루속히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우고 싶어했다.
“(분열을) 용서하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타락한 자였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용서를 빕니다.” 서로 얼싸안으며 지난날을 회개했다. 이들의 퍼포먼스에 체육관을 메운 5000여 목회자와 성도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축전으로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한장총 양병희 상임위원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믿음의 선배들과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 한국 장로교회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섬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대회는 기존 행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높이는 메시지가 선포되고 성숙한 장로교회가 될 것을 다짐하는 성찬식이 이어졌다. 특히 대회장 이종윤 한장총 대표회장의 설교는 날카로웠다. 폐부를 찌르는 듯 간결하면서도 명료했다. “죄송합니다. 목사가 7계명을 어기고 살인했습니다. 장로가 도둑질 했으며, 집사가 사기꾼 되고 권사가 거짓 증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이단이나 타 종교의 발흥이 아니라 세속화입니다.”
이 대회장은 “예배가 노래방 수준으로 타락하고 교회가 구원이 요청되는 세상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마케팅에 물든 복음주의자들의 허상을 지적하고 “크리스천들이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 ‘신행일치’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칼뱅처럼 연합을 강조했다. “우리가 정말 주님을 사랑한다면 다른 형제에게 영적 진리를 말해주고 매일의 대화 속에서 충분히 사랑을 나타내야 하며 다투기보다 연합해야 합니다.”
사실 칼뱅의 연합 원칙은 단순했다. 말씀과 성례, 본질적인 교리가 같으면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을 교회일치의 전제조건으로, 그리스도의 진리는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4부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한장총은 28개 장로교단만이라도 올해 9월 총회부터 준비해서 2012년 9월까지 ‘1교단 다체제 연합체’를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2012년 1교단 다체제 총회의 연합개회예배를 드린 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의 장로교단 설립을 민족과 열방에 선포하자고 했다. 제안서엔 ‘연합’ ‘하나’라는 단어가 16회나 언급될 정도로 하나 됨에 대한 염원이 강렬했다. 1교단 다체제 연합은 공룡 같은 단일교단을 만들어 세를 과시하려는 게 아니다. 완전 교단 통합은 어렵지만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대화와 소통으로 얼마든지 분야별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장로교단 지도자들이 모처럼 칼뱅의 탄생일에 제안한 게 교회 정치의 벽을 뛰어넘어 현실화될지, 아니면 이벤트성 선언에 불과할지 오는 9월 장로교단들의 총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 이종윤 목사 설교 전문은 미션라이프 (missionlife.co.kr)에서 볼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