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 억제약, 100% 성기능 마비 안돼”… 성도착 소아기호증 ‘화학적 거세’ 효과 있을까
입력 2010-07-11 17:37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재범 예방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태형 교수는 11일 “소아기호증은 일찍 발병한 경우,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경우, 빈도가 잦은 경우엔 치료가 더욱 어려운 성도착증의 일종”이라고 말했다(별표 참조).
또 서울 명동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병원 이윤수 원장은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주로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전립선암의 성장을 억제하려 할 때 처방돼 온 것들”이라며 “약물로 성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 자극에 의한 발기까지 막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으로 불리는 ‘상습적 아동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지적들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만 19세 이상 상습 성폭력 범죄자 뿐만 아니라 초범자도 거세 대상에 넣고, 이들이 가석방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약물 치료에 동의할 경우엔 조기 방면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소아기호증은 만 18세 이전에 발생해 만성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인식 및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어 자발적으로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성충동 억제 약물의 아동 성폭력 예방 효과도 미지수다. 현재 해외에서 화학적 거세용으로 쓰이는 약물은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제제(프로베라)와 사이프로테론 제제(안트로쿨)가 대표적이다.
프로베라는 매일 50∼150㎎씩 복용하거나 100∼500㎎단위를 1∼3주 간격으로 근육에 주사하는 약, 안트로쿨은 매일 50∼200㎎을 복용하거나 1∼2주 간격으로 300∼600㎎을 근육에 주사해 거세 수준의 효과를 보이는 약이다.
이밖에 루크린데포주, 졸라덱스데포주 등 생식세포자극호르몬 분비 억제제를 1∼3개월 단위로 한 번씩 복벽 피하에 주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전이성 전립암 치료를 목적으로 고환 기능을 억제하는 약들이다. 고환이 남성 생식기에 생긴 암세포를 증가시키는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
문제는 이들 약으로 완벽한 성기능 상실을 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고환을 완전히 제거한 성인 암 환자들도 성욕 감퇴와 관계없이 섹스 비디오를 보여주자 상당수에서 정상 발기가 이뤄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성충동 억제 약물 역시 수술적 거세와 마찬가지로 아동 성폭력 범죄자들의 성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킬 순 없다는 뜻이다.
성폭력 범죄자가 약물 치료에 동의할 경우 조기 석방의 길을 열어놓은 것도 논란거리다. 투옥기간을 줄일 목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고 해도 장기투약에 따른 부작용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김 교수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성범죄자들이 약물 사용 후 여성형 유방과 안면홍조, 피로감, 체중 증가, 골밀도 감소 등을 호소하고 있다”며 “약제성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처럼 혈액이 진득진득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세를 성도착증에 대한 ‘치료 행위’로 볼 때, 안전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한편 국내에서 성도착증으로 병원을 방문,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연평균 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인 ‘2004∼2008년 성도착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성도착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수가 2004년 90명, 2005년 90명, 2006년 89명, 2007년 98명, 2008년 90명에 이른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93명, 40대 79명 순이었으며, 실질적 화학적 거세 효과가 기대되는 10대는 54명에 불과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