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의자·조명 가구, 예술이 되다… 여름 화랑가 아트 가구 전시회 봇물
입력 2010-07-11 17:36
가구는 이제 더 이상 가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구는 디자인이자 예술이다. 여름 화랑가에 아트 가구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피카소의 그림이나 자코메티의 조각이 가구와 어우러진 실내풍경을 연출한 화랑도 있고, 낡고 손때 묻은 가구를 생활용품과 함께 놓아 우아한 분위기로 꾸민 공간도 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의 목가구를 실용성 있게 배치한 갤러리도 있다.
그동안 꾸준히 해외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소개해온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8월 15일까지 ‘아르데코 마스터피스’ 가구 디자인전을 연다. 1920년대 초부터 1930년대까지 기하학적 표현과 이국적인 장식을 특징으로 건축과 인테리어, 순수미술, 영화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친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디자인 가구를 소개하는 전시다.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에밀-자크 룰만, 독일계 유대인인 존 미셸 프랭크, 유진 프린츠, 도미니크 등이 디자인한 가구와 조각가 알베르티 자코메티의 동생 디에고 자코메티가 디자인한 생활 가구 등 유럽 상류 계층이 좋아했던 고품격 가구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아르데코에 영향을 끼친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유화 작품 ‘남자와 여자’가 함께 전시된다. 또 가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작업에 참여했던 자코메티의 조각 작품 3점도 가구 사이사이에 설치됐다. 폰타나와 마티스의 작품도 나와 전시장을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대부분 해외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려온 것으로 전시 입장료는 1만원(02-735-8449).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는 ‘바우하우스(Bau-haus)와 모던 클래식’ 전을 20일까지 연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세워진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순수미술을 가르친 학교로 칸딘스키, 클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직접 가르쳤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사보(본명 임상봉)가 수집한 바우하우스 빈티지 가구 50여점을 선보인다. 에곤 아이어만, 한스 베그너, 찰스·레이 임스 부부 등 유명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부터 독일 장인들이 손으로 만든 가구와 조명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와 빌헬름 바겐펠트가 1930년대에 디자인한 등(燈)을 통해 현대 디자인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 오래된 라디오 등 고풍스런 생활도구와 가구가 잘 어울린다. 무료 관람(02-515-9496).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는 개점 80주년 기념으로 ‘선비문화와 목가구’ 전을 25일까지 마련했다. 연상(硯床·벼루와 먹, 붓, 연적 등을 담아두는 작은 책상)과 책궤, 필통, 연초갑, 서안(書案·책을 얹어두는 책상), 문갑, 망건통 등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주로 쓰던 가구를 중심으로 80여점이 전시된다. 18∼19세기 조선 목가구의 격조 높은 조형미를 잘 보여준다. 무료 관람(02-310-192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