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찬양대의 재발견-서울 자양교회 시온찬양대] 칠순의 합창계 대부, 천상의 소리 울린다
입력 2010-07-11 17:32
서울 자양동 자양교회 시온찬양대의 지휘자는 윤학원(72) 장로다. 이것만으로 이 찬양대는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자양교회 3부 예배의 시온찬양대는 70여명의 대원과 15명의 오케스트라로 구성돼 있다. 윤 장로는 ‘합창계의 대부’ ‘소리의 마술사’ 등으로 불린다. 1978년 유럽방송연맹이 주최한 세계합창경연대회에서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지휘자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3∼88년 민간 프로 합창단인 대우합창단 지휘자, 1995년부터 인천시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며 한국의 합창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었다. 최근에는 본인의 이름을 딴 합창단인 ‘윤학원 코랄’을 창설해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와 협연도 했다.
교회 합창 음악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 1971년부터 38년간 영락교회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면서 교회 합창의 모델을 제시해 왔다. 영락교회의 지휘자 정년 70세를 맞아 은퇴하고 자녀들이 섬기는 자양교회로 지난 2009년 옮겨 지휘를 하고 있다.
지난 주일 예배 중 시온찬양대가 들려준 찬양 ‘눈을 들어 산을 보니’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자신감은 커다란 파도로 밀려왔다. 작은 파도가 오는가 싶더니 큰 파도가 솟구치고, 다시 또 작은 파도가 뒤따랐다. 이것이 리듬을 탔다.
시온찬양대의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합창은 이미 교계에서 유명하다. 이 찬양대는 모든 예배곡을 한국적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각종 성가합창제 등에 초청 받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오는 26일 전국 교회의 지휘자 1000여명이 모이는 ‘획기적 합창 세미나’에서는 ‘한국적 메시아’를 초연한다. 헨델의 메시아에서 가사 외의 모든 부분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마추어 팀으로서 이 같은 성과의 비법을 물었다. 윤 장로 대신 찬양대 총무 권송주씨가 끼어들었다. “윤 장로님은 지금도 더 나은 음악을 위해 고민합니다. 이것이 성가대원들을 자극시켜 최선을 다하게 만들죠.”
교회의 관심도 높다. 최대준 담임목사는 ‘최고의 하나님께 최고의 찬양을 드리자’는 모토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윤 장로의 큰아들 윤의중 한세대 교수가 8년간 지휘를 맡으면서 합창의 기본기를 닦아놓은 것도 한 요인이다.
윤 장로는 찬양대원은 반드시 악보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보를 읽을 줄 알면 부족한 연습시간을 보완할 수 있어요. 더구나 한번 찬양대원이 되면 대개 평생 하니까, 한번만 배워두면 되죠.”
그러면서 찬양대를 없애는 교회가 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예배 순서에서 하나님께 직접 드리는 제사는 찬양뿐이죠. 설교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요. 찬양대를 없애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칠순을 넘긴 윤 장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