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시
입력 2010-07-11 17:33
시는 삶을 표현한다. 인생도 표현이다. 사랑이야말로 진실한 삶의 표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예술이 사랑을 표현한다. 이동순 시인은 “바람에 찢긴 돛처럼 너풀거리는 세상을 하나로 꿰맬 수 있는 바늘은 오직 사랑뿐입니다”라고 표현했다. 삶을 사랑하면 아름답고 진실하게 표현된다. 사랑을 진실한 마음으로 표현해야 한다. 나도 이렇게 외친다. “사랑이 그리움뿐이라면 시작도 아니 했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는 내 앞에 우뚝 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삶을 자꾸만 표현하고 싶어 짧은 시를 쓰는 데 푹 빠져 있다.
여름날 해바라기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해바라기를 마음에 담으며 짧은 시 ‘해바라기’ 한 편을 썼다. “해바라기, 목덜미를, 누가 간지럽게 했으면, 저렇게 신나게 웃고 있을까.”
아마 바람이 아니면 고추잠자리가 간지럽게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도 해바라기처럼 아무런 가식이 없는 해맑은 웃음을 웃을 때 행복하다. 시인은 늘 연상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므로 시인의 눈에 다가오는 모든 것들은 새롭게 시로 표현된다.
어느 날 사과를 먹다가 붉은 유혹에 매료되어 ‘사과’라는 시를 썼다. “붉은 유혹에, 한 입 덥석 깨물었더니, 피는 쏟아지지 않고 하얀 속살만 보인다.”
벌써 가을이 기다려진다. 사과의 붉은 유혹에 빠지고 싶다. 우리가 삶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더 행복해지고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우리의 삶을 잘 표현해 나가면 삶은 더욱 더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짐론이 말했다.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신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를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미켈란젤로가 망치를 들면 작품이 나오지만 범죄자가 망치를 들면 사람을 피투성이로 만든다.”
바다는 두 가지 선물을 준다. 파도와 수평선이다. 사람들은 파도와 수평선을 보려고 바다를 간다. 내 마음에도 바다를 본 여운이 남아 ‘수평선’이라는 시를 썼다. “누가 바다 끝에, 저렇게, 아름다운 금 하나를, 그어 놓았을까.” 사진 찍어놓은 바다나 그림 그려놓은 바다는 파도치지 않는다. 우리에게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고통과 절망을 이겨낼 때 그 감동은 가슴에 파도처럼 밀려온다.
시인의 눈은 언제나 시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어느 해 가을에 지방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데 강변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너무 아름다워 ‘강변의 갈대’ 라는 시를 썼다. “강변의 갈대들이, 손을 흔들어주지 않았더라면 강물은 얼마나 외롭게 흘러갔을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배려하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신뢰해줄 사람들은 바로 그대와 나 우리들이다.
용혜원 시인 <유머자신감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