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후 어질어질 혹시 ‘이석증’?… 여름철 귓병 주의보

입력 2010-07-11 17:41

7∼8월은 귓병이 가장 많은 계절이다. 물놀이의 후유증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따르면, 가장 흔한 귀 질환인 ‘외이도염’은 매년 8월에만 평균 25만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근래엔 워터파크에서 물놀이 기구를 탄 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특히 주의해야 할 귓병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워터파크 다녀온 후 계속 멀미 난다면 이석증 의심=직장인 정채영(28·여)씨는 지난해 이맘때쯤 친구들과 워터파크를 다녀온 뒤,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생겨 내과를 찾았다. 며칠간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자, 의사가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석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워터슬라이드를 타면서 머리를 부딪혔는데, 그 때 귀 안에 있는 작은 돌(이석)이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평형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어지럼증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석증은 몸의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귓속 전정기관 안에 있어야 할 작은 돌들이 세반고리관으로 잘못 흘러 들어가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서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원장은 “이석증은 원래 노인성 질환 중 하나지만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을 때도 생길 수 있다”며 “여름 휴가철이면 워터파크에서 경사가 급하고 회전이 심한 물놀이 기구를 타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 이석증이 생긴 환자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워터슬라이드 같이 다이내믹한 물놀이 기구를 탈 때는 머리가 부딪히지 않게 최대한 고개를 숙이거나 팔, 양 무릎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안전하다.

물놀이 후 고개를 깊이 숙이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심하게 어지러우면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석증이 생겼을 땐 머리 움직임이 많은 요가, 헬스, 물구나무 서기, 골프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바세린 바른 귀마개로 외이도염 예방=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통로인 외이도는 평소 건조한 상태로 산성을 유지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하지만 귀에 물이 들어가 습기가 차고 산성이 파괴되면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이 상태에서 피부가 벗겨지면 녹농균이나 포도상 구균 등에 감염돼 ‘세균성 외이도염(일명 물놀이 병)’에 걸리게 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선오 교수는 “녹농균은 수영장 물 소독에 쓰이는 양의 염소로는 살균되지 않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평소 귀 질환에 잘 걸리는 편이라면 물놀이용 귀마개를 써서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귀마개에 바세린을 바른 후 착용하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미세한 틈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귀마개를 한 후 수영모자로 귀를 완전히 가리는 것이 좋다.

만약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면봉이나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상처를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을 빼야 한다. 귀를 흔들거나 한발로 콩콩 뛰면 대부분 물이 빠진다. 그 다음 헤어드라이어의 약한 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말려준다. 물놀이 후 귓구멍이 간지럽거나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외이도염을 의심해야 한다. 1주일간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낫지만 방치하면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중이염 환자, 물놀이 전 이비인후과 진단 필수=중이염은 귓속의 중이(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와 그 뒤에 있는 공기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며, 이런 상태가 3개월 이상 계속되면 만성 중이염에 해당된다. 만성 중이염 환자는 증상이 가라앉았다 하더라도 수영장이나 바다의 오염된 물이 중이로 들어가면 곧바로 염증이 재발할 수 있다. 때문에 물놀이 전에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물놀이를 해도 무리가 없는지 여부를 진단받는 것이 안전하다. 김 원장은 “어린이의 청각장애 중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중이염으로 인한 청력 손실”이라면서 “물놀이 후 열이 나면서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꼭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