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명시않은 애매한 결론… 6자회담 재개 길 열어놔

입력 2010-07-09 18:39

천안함 안보리 의장성명 의미·전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9일(현지시간) 의장성명은 천안함 사건을 규탄하면서도 북한을 공격 주체로 명확히 적시하지 않는 애매모호함을 보임으로써 향후 북한 비핵화 논의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 넓혀 놓았다. 강대국들이 적절히 타협해 만들어낸 일종의 ‘천안함 출구전략’이다.

한·미·일은 사실상 북한의 공격행위를 규탄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북·중·러는 북한을 확실히 공격 주체로 적시하지 않았고 북한 입장을 다소나마 반영했다는 점에서 각각 안보리 의장성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해당 당사국들이 각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여지를 전략적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안보상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천안함 사태를 가능한 빨리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는 미국과 중국의 의중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의장성명은 현재 미·중이 민감하게 벌이고 있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무력시위 신경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의장성명 채택 이후 한·미는 대북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그동안 가사(假死) 상태였던 6자회담의 재개를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전략이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적절한 조치가 있으면’이라는 전제하에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해 왔다. 중국도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재개 분위기 조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의장성명은 6자회담 재개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신중한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8일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해서는 천안함 대응 후 관련국 간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정부 방침이 있다”고 전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 답변 자료를 통해 천안함 대응 후 6자회담 재개 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협상 재개 시에는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식을 추진할 방침이며 구체적 내용과 세부 추진 방안에 관해서는 관련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제재하는 양자적·다자적 대북조치들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은 독자적으로 대북 금융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해서 호전적 행동을 보이거나 국제사회의 규범 안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제재에 들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

따라서 의장성명 이후 한·미 투트랙 전략은 동시에 진행되면서 특히 북한이 이번 성명에 어떤 반응과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강온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의장성명 합의문 초안

1. 안보리는 2010년 6월 4일자 대한민국(한국) 주 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 및 2010년 6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 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에 유의한다.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하며,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번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7. 이에 따라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번역: 외교통상부(비공식)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