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권력 독점 너무해!” 덮어둔 불씨 살아나… 여권은 내부전투 중

입력 2010-07-09 18:31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드라마는 2008년 6월 친이 소장파와 친이계 실세들 간의 알력 때와 마찬가지로 권력 독점 문제에서 기인한다. 주인공은 물론, 스토리도 거의 같고 일부 인사들의 사퇴설이 나오는 등 결말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2년 전 억지로 뜯어말렸던 싸움은 시기가 문제지, 언제든 다시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당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친이재오계 등 친이 소장파는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었지만, ‘사유화’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권력이 더 집중되고 있다는 게 소장파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당시 소장파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청와대의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김백준 총무비서관을 사유화의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이번에 총리실에서 벌어진 사찰 파문도 박 국무차장을 비롯한 친이상득계의 권력남용에서 비롯됐다는 게 소장파의 판단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사찰 파문 자체보다는 박 국무차장 등 친이상득계가 비선라인을 가동해왔고,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과 금융계 재계 등의 인사를 좌지우지해온 게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 저변에는 개국공신들이 많은데, 극소수의 국정 실세들이 ‘전리품’인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특히 일부 금융권과 공기업 인사과정에서 소장파 인사들이 친이 실세 측근들에게 번번이 밀려나면서 불만이 턱밑까지 차 있는 상태였다가 결국 민간인 사찰 파문을 계기로 폭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국무차장이 청와대와 정부 조직개편과정에서 인사권의 최정점인 청와대 인사기획관으로 옮길 것이란 소문이 돌자 소장파가 이를 막기 위해 권력 독점 문제를 재차 꺼내들고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권력 사유화 논란에는 지난 1년간 국정에 대한 책임 문제도 깔려 있다. 친이계 실세들이 지난해 9월 개각 이후 국정 전면에 나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결국 세종시는 국회에서 부결되고, 4대강도 갈등만 키우면서 지방선거 패배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친이 실세들이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당연하지만 오히려 청와대와 정부개편 과정에서 재차 중용될 조짐을 보이자 친이 소장파들이 태클을 걸고 나섰다는 시각이다.

이번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부 국정 실세들에 대한 물갈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대부분도 권력남용 문제를 최우선으로 바로잡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고, 청와대도 진상조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다만 2년 전 반격보다는 진화에 급급하던 친이 실세들이 이번에는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과 김대식 당 대표 후보 등을 통해 적극 반격하고 있어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