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 채택…北 책임 명확히 안밝혀

입력 2010-07-10 22:38

한국의 외교력이 국제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11개항)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의장성명에서 천안함이 공격(attack) 받았다는 점을 적시하고, 이 같은 행위를 규탄(condemn)했다. 한국에 대한 추가 공격이나 적대행위의 재발방지 중요성도 강조했다. 의장성명은 전체적 맥락에서 북한 공격임을 인정했지만, 명시적으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표시하는 표현이나 문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반응에 유의(note)한다’는 표현은 북한 측 입장을 반영한 것이어서, 강력한 대북 규탄을 예상했던 국내 여론과는 다소 배치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성명은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5항)며 “이에 따라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7항)고 밝혔다. 또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4항)며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런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8항)고 언급했다.

안보리는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6항)며 북한 측 주장도 열거했다.

정부는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고, 한국에 대한 추가적 도발 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 사과하고 국제사회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특히 ‘공격(attack)’이나 ‘규탄(condemn)’이라는 표현이 합의된 걸 진일보한 성과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북한 책임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없고, 북한 측 입장도 포함돼 있어, 정부가 강력히 주장해 왔던 명확한 대북 규탄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우리 외교력의 한계이자, 결국 한반도 문제가 강국들의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국제 현실만 재확인케 한 셈이다.

북한은 안보리가 자신들을 비난하는 문건을 채택할 경우 군사력으로 반응하겠다고 경고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 측 반응이 주목된다.

앞서 안보리는 8일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 ‘P5(상임이사국)+2(한국, 일본)’가 그동안 논의해 잠정 합의한 성명 초안을 회람하고, 이 내용에 합의했다. 이로써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안보리 논의는 지난달 4일 공식 회부된 뒤 35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