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지시한 ‘윗선 찾기’ 칼 뽑았다

입력 2010-07-09 21:54

총리실 압수수색 배경·수사 전망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사상 첫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실체를 드러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주변 인물에 대한 1차 소환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시켰다. 9일 실시한 압수수색은 핵심 단서가 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검찰이 김씨와 주변 인물을 통해 2008년 9~11월 지원관실이 김씨를 사찰했다는 진술을 확인한 만큼 사실상 피의자로 지목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소환하기 전에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이 지원관 등이 김씨에 대한 내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 김씨 회사인 NS한마음 회계 자료를 임의 제출받은 과정, 거래 회사인 국민은행의 당시 부행장 남모씨와 만나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또 보고서, 일지를 통해 서울 동작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 등 세부적인 정황을 파악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김씨와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기본적인 밑그림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권남용 등 불법 행위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참고인을 추가로 몇 명 더 소환한 뒤 곧바로 수사 의뢰된 이 지원관 등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참고인 조사는 아주 제한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지원관이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윗선에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는 등 명령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이 이 지원관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정권 실세 등 ‘비선’으로 지목된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원관은 직속상관인 권태신 총리실장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인사에게 활동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총리실이 수사 의뢰한 이 지원관 등 4명을 수사 대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윗선의 부당한 개입 등 새로운 단서가 포착되면 당연히 수사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특별수사팀이 가동되고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나 관련 자료가 폐기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사 의뢰된 당일 이뤄졌어야 할 압수수색이 너무 늦게 실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