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습지 판타날 덮친 ‘불길’… 인간 통제 수준 벗어나 ‘대재앙’ 예고
입력 2010-07-09 22:02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3개국에 걸친 세계 최대 규모의 습지 ‘판타날’에 거대한 화마(火魔)가 덮쳤다.
불길은 브라질에서 시작해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국경까지 번져나가면서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인간의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3개국 접경지역 70% 불타=불길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달 20일쯤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다. 주변을 둘러싼 사바나(대초원) 지역에 장기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8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길은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국경까지 넘어 15㎞ 이상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 북쪽으로는 26㎞까지 퍼져나가고 있다고 브라질 환경단체들이 주장했다.
불길은 ‘트리앙굴로 디오니지오 포이아니니’라고 불리는 3개국 접경 지역의 70%를 이미 집어삼켰다. 파라과이에서도 시뻘건 불길이 확산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선 국경 내 자연보호구역까지 화마가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리비아 지역 판타날국립공원 관리자인 구아달루페 몬테니그로씨는 “화재가 수 마일에 걸쳐 있고 건물이 전혀 없어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 상태”라며 “공원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앙은 벌써 시작됐다. 도마뱀 등 작은 동물은 이미 수없이 죽었으며, 식물도 초토화되고 있다. 몸집이 큰 동물은 자연보호구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 되지 않고 있다. 판타날은 지난해에도 화마에 시달렸다. 판타날 일부가 걸쳐 있는 파라과이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무려 20만㎢(남한의 두배)가 파괴되기도 했다.
판타날을 위협하는 것은 자연재해만이 아니다. 브라질 쪽 판타날의 경우는 농지와 가축 사육지가 급속하게 개발되면서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발 속도가 지속될 경우 45년 안에 판타날이 사라질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런 탓에 브라질 환경단체들은 개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판타날을 구하자’는 연합 단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판타날=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3개국에 걸쳐 있다. 총 면적은 238만2800㎢로 프랑스 영토만하다.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하게 보존돼 있는 습지다.
15만종에 이르는 동물과 400여종의 어류, 헤아릴 수 없는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우기(12∼5월)에는 판타날 지역의 80%가 물에 잠긴다. 연간 20여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2000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