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오일뱅크 경영권 되찾는다

입력 2010-07-09 18:34

현대중공업이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를 상대로 낸 현대오일뱅크 지분인수 소송에서 승소했다. 판결대로 IPIC로부터 오일뱅크 지분 70%를 넘겨받아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재계 9위로 올라서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부장판사 장재윤)는 9일 현대중공업 등 오일뱅크 주주 12명이 IPIC와 자회사 하노칼을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소송 1심에서 “오일뱅크 지분을 현대중공업 등에 매각하게 한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판정의 집행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IPIC 측이 주주 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오일뱅크 지분 전량(70%·1억7155만7695주)을 주당 1만5000원에 현대중공업 등에 양도하라”는 ICC 국제중재법원 결정을 사실상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등은 2008년 IPIC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하자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한 계약에 위배된다며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초 IPIC가 국제중재법원 결정에 따르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한국 법원의 집행판결을 얻기 전에는 이행할 수 없다고 버텨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IPIC가 다시 지분 인도를 거부할 경우 추가적인 법적조치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IPIC 측은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오일뱅크 지분 21.1%를 가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4.3%), 현대제철(2.2%) 등 범 현대가(家)는 10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1999년 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가 경영난에 빠지자 IPIC에서 2억 달러를 빌리는 대신 지분 50%를 넘긴 현대중공업으로서는 11년 만에 경영권을 되찾는 셈이다. IPIC는 이후 20%를 추가 인수해 지분을 70%로 늘렸다.

한편 오일뱅크의 자산 규모는 5조6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따라서 오일뱅크가 계열사로 편입되면 현대중공업(40조1000억원)은 현재 재계 11위에서 GS그룹(43조원), 한국도로공사(45조3000억원)를 제치고 9위로 발돋움하게 된다.

최정욱 임성수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