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암치료제 개발 최원철 교수… “4기 폐암 등 치료 성공하자 해외서 주목”

입력 2010-07-09 19:39


“1994년 폐암이 뇌로 전이돼 4기 진단을 받은 한 중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모르핀 내성’으로 암 통증이 전혀 잡히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말기암 아들을 차라리 안락사시켜줄 병원을 소개해 달라며 울먹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암센터 최원철(47·사진) 교수는 9일 “그때 그 환자를 통해 말기 진행암의 경우 마약성 통증 치료제인 모르핀으로도 제어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당시 어머니의 절규가 쉽게 잊히지 않았다”면서 “이후 양약으로 듣지 않는 진행암 치료를 한약으로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인천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던 최 교수는 1997년부터 한약재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리고 3년여 연구 끝에 한방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암 치료제 ‘이성환(옻나무 추출물)’을 양약화한 ‘넥시아(NEXIA)’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이 넥시아를 복용한 50대 초반 4기암 환자 2명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40개월 이상 생존한 사례가 유럽 암의사회 공식 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게재되면서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 교수는 “4기암 중에서도 폐암, 간암 같은 내과 계통의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면서 “한방 항암제 개발을 위한 13년 연구의 결실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방 암 치료제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 의학계의 편견을 뛰어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2006년 경희대로 자리를 옮긴 최 교수는 넥시아의 항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몰두했다. 그리고 같은 해 말기암 환자 216명에게 넥시아를 투여한 결과 114명이 5년 이상 생존했고, 4기암 환자는 5년 생존율이 22.46%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는 국내 의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보통 4기암은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99%가 6개월 안에 숨진다는 상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당시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기사에 악플이 수백, 수천 개 달렸다”면서 마음고생이 많았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 교수의 연구 성과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세계적 권위 학술지에 잇따라 소개되자 그를 비판하던 목소리도 점점 잠잠해졌다. 올 초엔 양방 암 전문(혈액종양내과) 교수들이 넥시아로 효과를 본 환자들 사례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양방의 항암 치료가 잘 듣는 환자는 그 방법으로 치료하면 됩니다. 하지만 양방 항암제가 잘 듣지 않거나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선고를 받은 환자에게 넥시아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