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성폭력 역사·교훈… ‘간음하지 말라’ 십계명 통해 엄중 경고

입력 2010-07-09 20:06

최근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경에서도 성폭력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죄악에 따른 철저한 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구약에서 성폭력 범죄는 친족과 이웃, 이방민족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났다. 하몰의 아들 세겜은 가나안에서 야곱의 딸 디나를 강간했다(창 34:2). 이에 분노한 야곱의 자식들은 세겜의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노략했다. 잔인한 복수극의 결과 야곱은 가나안·브리스 족속의 침입을 두려워하며 세겜 땅을 떠나야 했다.

에브라임 산지 출신인 한 레위인은 기브아 마을에 유숙하기 위해 들렀다가 불량배의 협박을 받는다. 그들의 요구를 못 이긴 레위인은 결국 자신의 첩을 내준다. 불량배들은 밤새도록 첩을 능욕했으며, 여인은 다음날 문 앞에서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삿 19장). 이 사건은 훗날 민족공동체 이스라엘이 동족끼리 살육 전쟁을 벌이는 비극으로 확대됐다. 베냐민 지파는 이 전투에서 2만5100명이 사망함으로써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삿 20장).

성군이었던 다윗이 밧세바를 강간하고 임신시킨 것은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 행위다(삼하 11장). 다윗은 나단 선지자의 지적을 듣고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울며 크게 회개하며 시편 51편을 지었다. 그러나 선지자의 예언처럼 다윗의 집엔 칼이 끊이지 않고 태어난 아들이 죽는 비극을 맞는다(삼하 12:1∼18).

다윗의 아들 암논도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이복누이 다말을 침상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뒤 문밖으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삼하 13:1∼19).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빠 압살롬은 2년 뒤 암논과 왕자들을 모두 죽였으며(삼하 13:29), 다윗 가문을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은 훗날 다윗이 압살롬에게 배반당하는 비극의 불씨가 된다. 백성들 사이에서 왕가의 권위가 크게 실추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이스라엘 민족은 수치와 공포, 분노 속에서 성을 탈취당한 여성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약혼한 처녀를 들에서 강간한 경우 가해자를 사형에 처했다(신 22:25). 성은 부부간 사랑을 나누는 축복이며, 성적 결합을 통한 생산 능력은 그 자체로 하나님 앞에 심히 좋고 아름다운 창조 질서다. 이런 질서를 벗어난 성폭력은 살인이나 절도죄와 달리 인간의 부패성에서 나온 전형적인 범죄행위다.

하나님은 구약 시대와 마찬가지로 “간음하지 말라”(출 20:14)는 십계명을 통해 성폭력과 근친상간, 간음죄 등으로 멍든 한국사회를 엄중하게 경고하고 계신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