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네덜란드-스페인 7월 12일 결승전

입력 2010-07-09 17:48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나란히 도전하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격돌하는 두 팀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실리축구’를 앞세워 결승까지 올랐다.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무적함대’ 스페인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7골을 넣고 단 2실점하는 ‘짠물 수비’로, 토털사커의 원조인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준결승전까지 12골을 몰아넣고 5실점하는 ‘기동력 축구’로 결승에 안착했다.

이런 특징은 사령탑의 면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60)은 수비수 출신이고, 네덜란드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58)은 공격수 출신 사령탑이다. 흥미로운 것은 델 보스케 감독이 판 마르베이크 감독보다 2살이 많지만 프로 무대 데뷔(1969년)와 대표팀 데뷔(1975년)는 똑같다.

그러나 두 감독이 걸어온 길은 확연히 다르다.

1975년부터 1980년까지 국가대표를 역임한 델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1970년 부터 1984년까지 312경기(14골)를 뛰면서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2000∼2001, 2002∼2003)과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999∼2000,2001∼2002)으로 지도자로도 이름을 드높였다. 이후 터키 베식타스의 지휘봉을 잠시 잡았던 델 보스케 감독은 잠시 야인생활을 하다가 유로 2008 우승을 이끈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뒤를 이어 그해 7월 대표팀 감독이 됐다.

반면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리그에서만 뛰면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평범했던 선수였다. 그는 2002년 UEFA컵에서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델 보스케 감독에 비하면 초라한 경력의 소유자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델 보스케 감독처럼 유로 2008 직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다.

두 감독은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현역시절 경력을 바탕으로 팀을 정비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수비수 출신답게 철벽 수비를 바탕으로 중원에서 아기자기한 패스로 득점찬스를 만들어가는 축구를 좋아한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모두 3387개의 패스를 만들어내며 출전 32개국 중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정교한 쇼트 게임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앙의 사비(570개), 사비 알론소(491개), 세르히오 부스케츠(475개)는 패스 개수에서 나란히 1∼3위에 올라 스페인의 ‘컴퓨터 게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공격수 출신인 만큼 기동력을 앞세워 골 결정력 완성에 공을 들였다. 독일(13골)에 이어 팀 득점 2위에 올라있는 네덜란드는 6경기 동안 터트린 12골 가운데 페널티지역 내에서 7골을 넣고 중거리 슛으로 5골을 만들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골을 터뜨리는 팀이다. 디르크 카위트와 아르연 로번을 비롯해 로빈 판 페르시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등 4명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는 기동력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이번 대회 후원업체이자 축구전문 사이트 캐스트롤풋볼닷컴은 두 팀의 6경기 기록을 분석한 뒤 내놓은 우승 예상에서 스페인이 57%로 43%에 그친 네덜란드를 압도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