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요셉과 古米
입력 2010-07-09 17:33
정부가 2005년 생산된 ‘고미’(古米·묵은 쌀)를 사료용으로 처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생명과도 같다. 상징성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밥상머리에서 부모로부터 “쌀 한 톨 남기지 마라. 쌀을 남기는 것은 죄 짓는 거야”라는 소리를 들었던 세대들은 쌀이 아무리 남아돌아도 동물 사료로 준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영등포 광야교회 인근 노숙인 급식소에만 가보더라도 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따뜻한 밥 한 끼 먹기 위해서 식사 시간마다 1000명 이상의 노숙인들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이 땅에 밥 한 끼 먹기 위해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묵은 쌀의 사료화’ 방안에 심정적 저항을 하게 한다.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사료용으로 쓴다는 것은 농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더구나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알다시피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민족의 반쪽이 쌀이 없어서 삶의 기로에 서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을 돕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지만 쌀의 사료화 방안이 나왔을 때에 많은 국민들이 ‘이건 아니야. 차라리 북한주민들에게 지원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쌀은 한민족이라면 모두가 기본적으로 먹어야 할 식량이기 때문이다.
성경 창세기에 요셉이 자신을 버린 형제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집트의 총리대신이 된 요셉은 극심한 흉년으로 곡식을 꾸러 온 형들을 만나게 된다. 요셉에게 형들은 생각하기도 싫은 ‘원수’와 같다. 그 형들이 찾아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가운데 곡식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요셉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가족들에게 기꺼이 식량을 제공해 줬다. 그들은 피붙이였기 때문이다.
지금 남북관계에는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요셉과 같이 모든 고려할 사항을 뛰어넘어 북한에 쌀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왕에 묵은 쌀을 처분할 계획이 세워졌다면 우선적으로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 동물보다야 동포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쌀을 통한 한반도 화해의 기적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인가.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