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그 많던 여성 캐릭터는 다 어디에?… 베테랑 개그우먼들 잇단 버라이어티行으로 인물난

입력 2010-07-09 18:06


KBS ‘개그콘서트’(개콘)가 여성 코미디언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 풀이 좁은데다 특출한 캐릭터도 나오지 않아, 새로운 인물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콘’의 간판 코너인 ‘봉숭아학당’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섞여 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모든 출연자가 남자다. ‘X파일’ 박영진, ‘동혁이 형’ 장동혁, ‘행복전도사’ 박효종, ‘왕비호’ 윤형빈 등 남자 개그맨 일색이다. ‘러브코치’ 박지선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여성 코미디언들은 다른 코너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 ‘모태 솔로’를 연기하는 오나미, ‘조아족’에서 촌장의 딸로 나오는 박지선 정도가 선전하고 있다. 다른 여성 코미디언들은 여러 코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개콘’에서 여성 코미디언들은 남자 개그맨 틈바구니에서 유행어와 인기 코너를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8년 12월 장도연, 강유미가 중심에 섰던 ‘순정만화’는 여성 코미디언들의 빼어난 연기력에 힘입어 큰 사랑을 받았다. 2006년 박나래 신봉선 등 4명의 여성들은 ‘폭탄스’를 만들어 외모 개그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 외에도 ‘봉숭아학당’에서 신봉선은 ‘움직이는 벤처기업’으로 인기를 높였고, 정경미는 코믹 섹시 컨셉으로 ‘터질라’를 히트시켰다.

최근 여성 캐릭터의 부진은 5년차 이상의 베테랑 개그우먼들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빠져나간 데 기인한다. 특히 지난해 5월,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막을 내리면서 강유미, 정경미, 안영미, 김경아 등 인기 개그우먼들이 ‘개콘’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

박중민 KBS 예능국 CP는 “‘분장실’ 멤버들이 빠진 공백이 크다. 걸출한 개그우먼들이 빠진 상태에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콘’은 캐릭터의 성비를 맞추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나마 위안은 3∼4년차 개그우먼인 박지선과 오나미가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신인 개그우먼들의 의욕이 대단하다는 것.

‘개콘’을 연출하는 김석현 PD는 “현재 개콘에서 여자 코미디언들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인물이 없고, 눈에 띄는 캐릭터도 안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계속 인물을 찾고 있고, 캐릭터 연구를 해 성비를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여성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그쪽은 워낙 여성 코미디언의 풀이 좁기 때문에 평소에 캐릭터의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풀을 보강해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임정혁 대학생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