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 드러낸 천안함 안보리 의장성명

입력 2010-07-09 17:3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련한 천안함 의장성명 초안은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강력 비난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성과물로 평가된다. 성명은 ‘안보리가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고 표현했다. 그러나 공격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문구를 넣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우리 입장에선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의장성명을 탄생시키기까지는 한 달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북한이 처음부터 자기들 소행이 아니라고 잡아떼는데다 중국이 동맹국인 북한 편을 드는 바람에 논의가 길어졌다. 우리로서는 북한 공격에 의한 것임을 명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래야 유엔에 의한 대북 추가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부는 공격 주체가 북한임을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성명의 전체 맥락으로 볼 때 북한 공격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5개국이 참여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제5항이 그것이다. 일리 있는 평가다. 그럼에도 제6항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에도 유의한다’고 명시한 걸 보면 이번 성명이 난산(難産)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한반도 주변 상황이 참으로 냉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우리 정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단호했다. 당장이라도 북한에 응징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지만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었고 러시아는 줄곧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로서도 행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할 대북제재 하나 할 수 없었다. 당초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문 채택을 시도했으나 중국의 벽은 높았다. 격을 낮춰 의장성명을 채택했으나 그나마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오로지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제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엔 차원에서의 대북제재는 어렵게 됐지만 한·미 양국 차원에서의 제재는 어느 정도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천안함 폭침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제재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와 동시에 남북관계에 활로를 열 수 있는 노력도 조심스럽게 시도해 봐야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에 천안함 공격 사실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북핵 6자회담 재개가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주변 4강이 재개를 바라고 있는데다 북한도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외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