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건강식품 속 엽록소=항산화 작용?
입력 2010-07-09 17:41
녹색 식물을 보면 떠오르는 성분 중 하나가 푸른 빛을 띄게 하는 엽록소다. 태양으로부터 빛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 물과 합쳐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 때문에 생명 에너지의 근원으로 불린다. 식물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되는 영양소다.
최근 이런 엽록소를 함유한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이 ‘항산화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스피루리나, 클로렐라 등이 대표적 녹색 식품이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엽록소를 ‘항산화의 지표물질’로 오용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엽록소가 몸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주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많이 복용할수록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녹색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안에 든 엽록소가 마치 대단한 효능을 발휘하는 기능성 성분으로 과대 홍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엽록소=항산화 작용’으로 등식화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엽록소가 활성 산소 및 독성 물질을 없애는 항산화 활성 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빛을 받은 상태에서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빛 에너지와 물과의 반응이 격렬해지면 체내에 활성 산소를 만들고 일부는 세포를 공격해 손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이로 인해 피부 발진 등 ‘광과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다행히 순수하게 정제된 엽록소라면 위장관에서 체내로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생길 우려는 적다. 엽록소는 몸에 흡수되지 않는 대신 각종 발암성 물질이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 물질과 결합해 몸 밖으로 빠져 나온다. 또 장 점막세포의 부활 기능도 갖고 있어 위궤양 같은 질병을 막아준다.
그렇다면 녹색 식품에서 엽록소를 대신해 진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은 뭘까? 바로 대부분의 녹색 식품에 엽록소의 함량 만큼 들어있는 ‘카로티노이드’다. 등황색을 띄는 색소 성분인 카로티노이드는 활성 산소 및 유해 물질의 피해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노화를 예방해 준다. 미네랄, 비타민 등도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준다.
서울대 약대 한병훈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건강 식품들이 엽록소의 일반적인 기능과 대중성을 이용, 마치 우리 몸에 흡수돼 각종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면서 “엽록소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 물질이긴 하지만, 우리 몸에 흡수돼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