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任 내정자, 권력암투부터 잠재워라
입력 2010-07-08 18:28
임태희 새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어제 기자들과 만나 “화합,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안팎에 갈등이 많은데,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있고 정치적 상황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최고 참모가 시급한 국정과제로 화합과 통합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국력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면서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한 것도 각계의 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각종 갈등요인을 제거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임씨의 대통령실장 기용은 잘된 인사라 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및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 이심(李心)을 속속들이 읽고 있는 사람이다. 거기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행정경험을 쌓은 데다 3선의원이란 의정 경력과 정치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와 이런 특장(特長)들을 활용해 청와대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 내정자의 화합·통합 과제 중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여권 내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일이다. 여권은 지금 친이-친박 갈등을 넘어 친이 세력 내 권력 암투로 속이 곪아들고 있다. 이상득, 박영준으로 대표되는 TK(대구·경북) 라인과 이재오, 정두언 중심의 수도권 라인 간 힘겨루기가 심상찮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이 터지면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여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갈등관계를 모두 쉬쉬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집권 후반기 여권의 전열은 크게 흐트러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사실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임 내정자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서 곧 있을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이를 적극 반영토록 해야 한다. 청와대와 행정부 조직에 해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내 사람’이라도 과감히 솎아내고, 등용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