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관방장관의 개인청구권 제언
입력 2010-07-08 18:28
일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7일 외국특파원협회 주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전후처리가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이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그는 개인 청구권 소멸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 하여 문제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새로운 개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변호사 출신으로 평소 과거청산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장관 개인의 양심선언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우리는 일본 내각의 2인자요 대변인인 관방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의 발언은 기존 한일기본조약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국 간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역사적 진실에 대해 정치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조차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법리적 입장임을 감안할 때 이 발언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청구권에 관한 한, 문제의 핵심은 당시 양국이 정부 차원의 필요에 따라 협정을 체결하고 피해 당사자 개개인을 철저하게 배제한 데 있다. 원폭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억류자, 강제징용자 등 개개인에 대한 공식적인 보상 없이는 한·일 관계의 좋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국이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적대적 관계로 꼬여갈 수밖에 없는 것은 역사왜곡,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등 국가·민족적 이슈가 반복적으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 과거 일제에 의한 개인적인 인권유린과 재산상의 피해가 자리 잡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본보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 기념 특집으로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시리즈를 지난 3월부터 연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일본기업의 강제 노무동원이 확인된 것만 6만3574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기업은 어느 한 곳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배상은 없었다. 개인 청구권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대응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