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실사결과 보고 일제고사 시행여부 정할 것” 수업파행 실태조사 왜?
입력 2010-07-09 00:40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수용할지, 거부할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대신 서울지역 초·중·고의 수업 파행 실태 전면 조사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해 0교시 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 등 편법·파행 사례가 어느 정도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본 뒤 이 시험의 실시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뜻이다.
곽 교육감의 선(先) 실태조사 방침은 교육과학기술부에 공문을 보내 일제고사를 거부한 전북·강원도교육감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쉽게 수용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곽 교육감이 일선 교육현장의 수업 파행 실태를 확인한 뒤 이를 근거로 서울지역 개별학교에 학업성취도 평가 참여에 대한 선택권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실태조사는 학교에 선택권을 주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가 “서울도 수업파행이 심각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곽 교육감이 실태조사를 강조한 이유는 교육당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곽 교육감은 “일단 실태조사 결과를 본 뒤 개별 학교에 일제고사 선택권을 부여할 시기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단 실시하고 내년부터 전면 개정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곽 교육감은 일부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념적 성향보다는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저는) 이념적인 확신이나 속단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원칙과 상식에 따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관점에 서서 실사구시적으로 교육행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전향적으로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결정을 내릴 경우 진보 교육감들 내부의 분화도 예상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업성취도평가는 비교육적이고, 부작용 속에 강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법령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에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실시 의사를 피력했다. 서울과 경기도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전북과 강원도는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이주호 차관은 전국 16개 시·도 신임 교육감들을 공식적으로 처음 만났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교육당국과 일부 교육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터라 회동에 관심이 쏠렸다. 안 장관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아이들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고 뒤처진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기 위한 시험”이라며 교육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진보 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전수 방식이 아닌 표집형 일제고사를 제안했다. 안 장관은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다”고 했으나 교과부가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