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논란 확산… 멍드는 KBS 브라운관

입력 2010-07-08 21:19


KBS의 블랙리스트(출연 금지자 명단) 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인 겸 개그우먼 김미화가 제기한 후 진중권, 문성근, 시사평론가 유창선 등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가세하고 나선 것. 이들은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KBS에 출연하지 못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에 힘을 실었다. KBS는 이에 대해 “김미화씨에 이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한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BS의 블랙리스트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그맨 심현섭과 강성범도 2002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성향이 문제가 돼 KBS 프로그램에 출연이 취소됐다며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가수 윤도현, 시사평론가 정관용, 김제동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속속 하차하면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일었다.

KBS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 정치 성향이 뚜렷한 방송인의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관행이 있다고 고백했다. 예능 부문의 한 PD는 “정치 성향이 뻔히 보이는 사람을 오락 프로그램에 쓰려는 PD는 없다. 시청자들이 내용을 듣기보다 그의 정치색을 보고 프로그램 전체를 판단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 때 개그맨 김흥국도 섭외가 꺼려진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은 요즘도 ‘게이트키핑’이란 이름으로 작동되고 있다. 지난 5월 KBS 1TV ‘책 읽는 밤’은 주요 게스트가 이여영, 기선, 이숙경 등 진보 인사들 위주라는 시청자위원회의 지적이 있은 뒤 게스트를 교체했다.

오필훈 교양제작국장은 당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물어서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분들로 자문위원을 새롭게 구성했다. 게이트키핑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게이트키핑이 윗선 눈치 보는 분위기와 맞물릴 경우 본래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능국 한 CP는 “심의실이나 임원들이 특정 출연자에 대해 지적할 경우 CP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일선 PD들도 알아서 그 출연자 뿐만 아니라 비슷한 부류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알아서 기피한다”면서 “윗선이 불편해할 만한 출연자는 아예 섭외하지 않는 자기검열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송이 스스로 균형을 지키는 게 TV에서 음모론을 걷어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결국 음모론에 피해보는 것은 시청자다. 공영방송은 진보든 보수든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지켜야 한다”면서 “시비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출연자 선정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그 기준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유성현 대학생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