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건설사의 멍에… 수주해도 웃을 수가 없다
입력 2010-07-08 18:37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대상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총 9개 업체 가운데 최종 부도 처리된 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이미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는 워크아웃이 결정된 뒤에도 굵직굵직한 사업을 따내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벽산건설은 8일 고양 대곡∼부천 소사 간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BTL)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워크아웃 업체 명단이 발표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959억원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따냈다. 하지만 잇따른 수주 소식에도 직원들의 마음은 무겁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수주 실적이 채권단 실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인력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장 정리도 병행되기 때문에 솔직히 복잡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남광토건도 지난달 28일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총 730억원 규모의 복합건축물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적도기니 국영기업이 발주한 프로젝트로 공사대금의 30%인 200억원을 미리 받는 사업이지만 회사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동철 남광토건 사장은 지난 6일 열린 창립 63주년 기념식에서 “기업구조 개선 대상이 돼서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 이번 위기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말해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미 1998년 외환위기 때 1차 워크아웃을 겪었던 남광토건은 당시 700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400명으로 줄여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다른 업체들도 재무실사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비용절감을 위한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사업 축소 등이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임직원들은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워크아웃 대상업체인 S건설 임원은 “이미 인력 감축과 조직개편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 마련해 놓았다”며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정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과제”라고 안타까워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워크아웃 기간 중에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과거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 아파트 계약자들이 단체로 시공사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는가 하면 협력업체들은 자재 납품을 꺼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발주처에서는 채권단 결정을 지켜보면서 공사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이 겪게 될 어려움은 현행 제도가 지닌 한계”라면서 “채권단을 비롯한 발주처, 협력업체와 해당 업체 간의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