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은행 규모 지금도 충분히 크다”

입력 2010-07-08 18:12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 우리나라 은행 규모가 충분히 큰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은행 대형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규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절대적 규모가 세계적인 대형 은행에는 못 미치지만 국가경제 규모를 감안한 상대적 규모는 더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별 은행의 총자산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미국 최대 은행지주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5.6%인데, 국민은행(24.1%) 우리은행(20.5%) 신한은행(18.5%) 등 국내 3대 은행은 모두 이를 초과했다.

외환위기 이전 16개에 달하던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 7개로 줄었고 지방은행도 10개에서 6개로 감소했다. 또 국내 은행산업의 산업 집중도지수(HHI)는 1997년 ‘경쟁시장’ 상태를 뜻하는 668.1에서 지난해 ‘다소 집중된 시장’ 상태인 1150.3으로 올랐다.

박 연구원은 “자산 규모나 예수금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형 은행은 금융 시스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가장 규모가 작은 SC제일은행조차 총자산이 GDP의 6.4%에 달해 미국 골드만삭스(6.0%)를 웃돌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중은행의 부채에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 등 시장성 자금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7.5%에서 지난해 19.4%로 급증해 금융회사 상호 연관성이 커진 것도 시스템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합병을 통한 국내 시장 점유율 경쟁보다는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