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은 축구광이라네… 英리그 아스널 팬 조직원 선발에도 활용

입력 2010-07-08 20:00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가장 열광적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어쩌면 오사마 빈 라덴일지도 모른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6일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이끄는 빈 라덴이 축구광이라고 보도했다. 빈 라덴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세속적인 쾌락을 죄악으로 간주하면서 도박과 술, 음악, 면도까지 금지하는 걸 감안하면 뜻밖이다.

뉴스위크는 빈 라덴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팬이며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센터포워드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의 빈민촌에서 자란 빈 라덴은 어린 시절부터 골목에서 공을 찰 때도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긴 바지를 입을 정도로 이슬람 교리에 엄격했다고 한다.

그는 알카에다 조직을 이끄는 문제에 있어서도 축구를 활용했다. 가는 곳마다 축구팀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그 중에서 조직원을 선발했다. 알카에다가 수단에 은거하던 1990년대엔 자체적으로 축구 리그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고 뉴요커지의 로렌스 라이트 기자가 전했다.

테러조직과 축구의 관계를 연구해온 인류학자 스코트 애트런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지하드(이슬람 성전)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축구”라고 말했다.

이슬람에선 축구를 공식적으로 죄악시하지 않지만, 엄격한 무슬림들은 축구가 젊은 무슬림들을 현혹시킨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아예 금지하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선 지난달 집에 모여 축구 중계를 보던 시민 2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빈 라덴을 추종해온 범인들은 이 집을 습격해 “축구는 불경스러운 스포츠”라며 총을 난사하고 “당장 집으로 가라”고 큰소리 쳤다. 빈 라덴이 크게 실망했을 법한 소식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