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마천루 입주자는 괴로워… 파격 디자인탓 공간활용 애로·철통보안 불편
입력 2010-07-08 18:31
런던의 거킨(gherkin·오이피클)과 아크(방주) 빌딩,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타워, 상하이 타워….
이런 글로벌 랜드마크에 매일 출근해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예술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이들 세계적 빌딩들이 의외로 입주자에겐 큰 불편을 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나아가 디자인과 기능의 조화는 기념비적 빌딩의 영원한 숙제라면서 그 진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중세 건물이 즐비한 영국 런던에서 혁명적일 만큼 현대적인 외양을 자랑해 명물이 된 거킨 빌딩. 본명인 ‘스위스 르 빌딩’(스위스 재보험사 건물)보다는 거킨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건물은 현대건축의 거장 로드 포스터의 작품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디자인과 달리 공간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건물 꼭대기가 좁게 올라가다 보니 한 부서가 몇 개 층으로 쪼개져 일해야 하는 등 팀워크엔 적(敵)이다. 거킨에 입주한 미 법률회사 휴튼앤윌리엄스의 린다 펠림햄은 “택시 타면 그냥 ‘거킨요!’ 한마디만 하면 돼 좋은 점도 있다”면서도 “회사 방문객들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처럼 철저한 보안검사를 받아야 해 민망할 때가 많다”고 FT에 털어놨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런던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아크 빌딩. 세계적 건축가 랄프 어스킨의 작품이지만 이 건축물도 완공 초기인 1990년대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내부가 구획이 없이 하나의 홀로 돼 있어 입주를 기피했다. 깎아지를 듯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도 어지럼증을 느끼게 해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했다. 결국 2006년 내부에 칸막이를 넣는 등 리모델링을 해야만 했다.
로드 포스터가 설계한 또 다른 작품인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 타워는 인간을 생각하는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했다. 은행 측은 처음부터 직원 설문결과를 반영해, 아트리움(현대식 건물 중앙 높은 곳에 유리로 지붕을 한 넓은 공간)을 만들도록 했다. 또 건물 꼭대기 층 입주자들도 공기정화기에 의존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있는 건축 기법을 썼다.
외관과 기능과의 끝없는 갈등에 새로운 조류가 나타난다. 마천루 건축의 철학에서 슬슬 기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2014년 완공 예정인 632m 높이의 중국 ‘상하이 타워’가 그 예다. 건물 안에서의 혼잡을 막기 위해 각각 자족기능을 갖춘 9개의 웨딩케이크 구조라는 것이다. 그 안에는 하늘정원, 카페, 식당, 상점 등이 있다. 자연 채광도 끌어들였다. 꼬이면서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지탱 기둥의 필요성을 줄여 가용 공간을 크게 늘렸다. 건축가 겐슬러 측은 “무엇보다도 고층에서 일하는 사람의 불편을 덜어주는 데 설계의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