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는 정두언 “난 무한책임 가진 사람”… 갈등 조장자 ‘낙인’ 부담스러운 듯 언급 회피

입력 2010-07-08 18:44


與 주류 ‘권력투쟁’으로 번진 민간인 사찰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여권 내 비선라인 파문이 여권 주류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영포회나 선진국민연대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및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관련돼 있고, 이들과 앙숙 관계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비선라인의 ‘전횡’을 앞장서서 문제 삼고 나선 상황이다. 싸움이 더 격해질 경우 주류의 분화가 가속화되고, 여권의 권력지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정두언 의원은 8일 말을 아꼈다. ‘영포(목우)회’ 사건이 여권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쳐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을 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들의 비전발표회에서도 이 사건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정 의원은 “정부가 인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특정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강원도를 포함해 골고루 인재를 등용하는 정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강원 지역 대의원들의 표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정 의원은 “저는 이 정부 출범 때부터 외롭게 얘기했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며 “이 정부에 무한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줄기차게 얘기한 사람으로서 정권의 성공, 재창출을 위해 제 한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한나라당 당원들 앞에서 여권 갈등의 조장자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발언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신의 문제제기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여권 내부 권력투쟁은 아님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들렸다. 정 의원은 발표회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정 의원 측은 언론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몹시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낙마시키려고 정 의원이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당내 주장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여러 가지 실체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이를 여권 내부 권력투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홍천=유성열,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