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내정자, 갈등 풀 첫 시험은 ‘4대강’… 조율사 역할 할까
입력 2010-07-08 22:00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외부에서 문제를 벌이기보다 내부에서 조용히 조율하는 스타일을 보여 왔다. 한 여당 의원은 정책위 의장 시절의 임 내정자를 가리켜 “끈질기게 듣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화려한 논리와 언변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충실히 듣는 게 장점이라는 설명이었다. 인수위 당선인 비서실장 시절에도 외부 노출을 자제한 채 이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린 조용한 보좌를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여권 관계자는 8일 “임 내정자 스타일상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림자 보좌를 해왔던 정정길 대통령실장처럼 조용한 참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입성한 임 내정자는 우선 흔들린 청와대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동요도 정리해야 하고, 후속 비서관 행정관 인사 등을 통해 집권 후반기 진용을 갖춰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현재까지 문제된 것들은 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특히 대 국회 관계 복원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종시, 미디어법 등 각종 현안들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소통 기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대통령도 대 국회 관계 개선에 임 내정자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임 내정자도 “정치적 갈등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핵심적인 갈등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갈등이다. 임 내정자가 4대강 문제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야당과의 막후 조율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단번에 풀 수 없는 문제”라며 “조금씩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이 무거운 임 내정자 스타일상 박 전 대표 측과의 막후 접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도 임 내정자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임 내정자는 노동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안건을 조율했던 경험이 있다. 천안함 사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은 좁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