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 목사, 2010 美 코스타 수양회서 주제강의

입력 2010-07-08 17:39


“무소유는 기독교의 개념이 아닙니다. 무소유는 허무주의의 가장 멋진 결론입니다. 그런데 기독교 이상주의자들은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아름다운 것까지도 마치 기독교의 것인 양 호들갑 떨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무소유자가 아닌 하나님이 맡기신 것을 선하게 관리하는 청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목사는 7일과 8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휘튼칼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2010 미국 코스타 수양회의 주제강의를 통해 민족복음화와 기독교인의 청지기 의식 등을 강조했다. 홍 목사는 한국 사회에 화제가 됐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관련해 기독교인들이 청지기 정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 등 다른 종교의 것을 가지고 복음을 대신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독교 매체에서까지 어떤 종교의 것인지도 모를 ‘잡탕’을 가지고 복음을 말하고 있어요.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불교가 말하는 ‘헛된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그는 “성경은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실 뿐만 아니라 나의 생애를 향해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다’고 말한다”며 “그 하나님 안에서 참된 평안을 누리는 것, 그 안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유와 무소유를 말하기 전에 이 땅의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이라는 청지기 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경제와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관련,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요 기적”이라면서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으로 간단히 ‘성장주의’라고 매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요즘 소위 ‘기독교 지성’들이 함부로 이런 것들을 폄하하려 드는데 이것이야말로 범죄라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비리나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까지 깎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내의 보수와 진보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 교회는 진보와 보수의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면서 “진보는 민주화를 최우선 과제로 봤고 보수는 복음화를 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자신은 복음주의자지만 NCCK와 WCC 등 이른바 진보 교계의 지도자들을 존경한다고 언급했다. 그들이 민주화나 통일운동에서 행한 선구적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오직 민족복음화라는 한 길을 가고 싶다”면서 “내 인생에서 복음은 어떤 고귀한 가치보다도 더욱 귀한 최상의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선교단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지금 학생 선교단체에서 자란 사람들이 진보 교계에 곁눈질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우리에게 주신 복음화의 과제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시카고=글·사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