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발자취 따라 신앙의 숨결 느껴보자… 올 여름 온가족 가볼 만한 기독교 성지
입력 2010-07-08 15:13
흔히 성지순례 하면 이스라엘을 비롯한 외국을 떠올린다. 그러나 헌신과 순교의 피가 흐르는 곳은 모두 성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도 수많은 성지가 있다. 올 여름휴가를 기해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지역별로 소개한다.
◇서울·경기=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구한말 한국에 들어온 외국 선교사들이 묻힌 곳이다.
국내 첫 서양 병원인 광혜원과 신학문의 출발지인 서울 정동 유적지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다. 그 외 민족운동의 요람인 상동교회를 비롯해 승동교회, 연동교회, 배화학교, 경신학교, 오산학교,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을 둘러보면 교육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백령도는 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 머무르며 내륙의 정보를 얻었던 곳이다. 1832년 7월 독일인 카를 귀츨라프 선교사가 이곳에서 성서와 기독교 교리를 전달했고, 1898년 백령도 참사 벼슬을 지냈던 허득이 서당에 중화동교회를 설립했다.
강화도 선교의 전초기지가 된 강화교산교회, 한국적인 건축 양식을 최대한 살려 지은 강화읍 성공회교회도 구경거리다. 이밖에 소래교회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총신대신학대학원 캠퍼스 내 소래교회(모형), 23명이 순교한 발안 제암교회, 용인 순교자기념관 등이 있다.
◇충청·강원=유관순 열사의 향기가 묻어 있는 충남 천안 매봉교회가 유명하다. 이화여고 유관순기념사업회가 기념교회당을 지었고 생가를 복원했다. 또 선교사 거처였던 청주의 양관, 애국자들을 키운 공주 영명학교, 한국 선교 5대를 잇는 린튼가의 한남대 인돈학술원을 찾는 것도 좋은 코스다.
강원 지역은 원주 제일교회와 춘천 중앙교회를 들를 만하다. 설립 초기 해외 선교사들과 국내 성도들이 힘을 합해 이 지역의 많은 교회 설립에 영향을 끼쳤다.
진부령을 넘어 대진항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화진포 해외 선교사 별장은 이색적이다. 최초의 성경 전래지인 충남 서천 마량포구 일대는 기독교 성지로 단장될 예정이다.
◇호남=성도 비율이 다른 지방에 비해 많아 기독교 유적도 풍부하다. 전북 김제 금산 ‘ㄱ’자 교회와 전주 최초의 교회인 서문교회,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여수 애양원, 77인의 순교자를 낸 영광 염산교회와 정읍 두암교회, 순천 한국선교역사박물관, 목포 공생원, 신안군 증도면 문준경 전도사 순교비 등에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선교사 22명이 묻혀 있는 광주 양림동 선교사 묘역은 100년이 넘도록 당시 선교사들의 활동 흔적을 담고 있다. 6·25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의 보육 장소였던 우일선 선교사 사택(1910년대 건립)과 1909년 순교한 선교사 오웬 기념관, 네덜란드 건축 양식의 수피아여고홀(1911년 건립) 등 한국교회 초기 유적들이 보존되고 있다. 한말과 일제 강점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영적 재충전을 위해 사용하던 지리산 노고단·왕시루봉 유적지도 있다.
◇영남=대구 제일교회는 1896년과 1908년에 이어 1933년 세번째 교회를 건축했는데,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1991년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됐다.
부산 지역의 기독교역사는 1892년 미국 선교사인 윌리엄 베어드 목사에 의해 설립된 초량교회에서 시작된다. 초량교회 역사관에는 1926∼1931년 담임한 주기철 목사가 쓰던 강대상이 잘 보관돼 있다.
신비의 섬 울릉도의 기독교역사 유적도 볼 만하다. 1909년 울릉도 토박이 김석규 전도사가 개척한 저동1리 저동침례교회와 김병두 전도사가 사동에 개척한 간령장로교회가 울릉도 최초의 교회다. 이어 나리교회 장흥교회 도동교회 등이 설립됐다.
6·25전쟁 때 미군이 관리하면서 예배를 통한 복음화 사업을 전개한 거제도 포로수용소도 가볼 만하다. 포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성경연구반 중 다수가 대통령 애국반공 포로 석방조치로 풀려난 뒤 신학교를 졸업하고 무려 120여명이 목사가 됐다. 이 밖에 마산 문창교회와 안동교회, 진주교회, 주기철 목사의 순교 신앙이 싹튼 진해 웅천교회, 일본교회의 영향으로 설립된 포항 대송교회 등이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제주=최근 제주도 선교 여행이 인기다. 제주 성안교회, 성내교회, 제주 영락교회, 제주 자연사박물관, 이기풍 목사 기념관, 하멜 기념관과 기념상선, 제주도 최초의 목사인 이도정 목사의 순교비가 있는 대정교회, 땅끝 마라도교회 등을 방문하는 코스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