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학자들 “2013 WCC 총회 ‘삼위일체론’ 주제는 시대 역행”

입력 2010-07-08 20:24

여성 신학자들이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주제에 대한 한국 제안서 초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열린 WCC 총회 관련 에큐메니컬 여성 간담회에서 최근 NCCK 신앙과직제위원회가 작성해 공개한 삼위일체론 방향의 주제가 시대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먼저 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과 김정숙 교수는 “삼위일체론이 기독교 역사와 전통에서 중요한 교리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나 한국 교회 여성들은 삼위일체론의 의미 자체보다는 이 이론이 한국 교회 내에서 성차별의 억압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세종대 이은선 교수는 “삼위일체론은 성직자에 대해서 평신도를 소외시키고 남성에 대해 여성을, 인간에 대해 자연을 배제시키는 논리로 사용되어 왔다”고 설명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주제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신 폭력을 극복하고 다문화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화해와 평화의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기독론적 주제를 택하자고 제안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동북아 지역 의장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국장인 김경인 목사는 보다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부산 총회를 앞둔 이 시점에 한국 교회들은 더욱 솔직하게 교회 안에서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목사는 2006년 WCC 9차 총회에서 주요 지도부 중 40%가 여성으로 선출됐을 때 WCC는 “이 경향이 회원 교단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지만 NCCK와 4개 회원 교단(예장 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은 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WCC 총회 본부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NCCK 정해선 국장은 참석자들에게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을 전하면서 준비위원 31명 중 여성이 13명으로 42%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