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지금은 함께 웃지만… 한 사내는 울어야 한다

입력 2010-07-08 18:24

스페인, 독일 꺾고 12일 네덜란드와 결승전

‘무적함대냐, 오렌지군단이냐.’

‘무적함대’ 스페인과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벌이게 됐다. 스페인은 8일(이하 한국시간) 더반의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후반 28분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의 천금같은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독일을 1대0으로 물리치고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전날 32년 만에 결승에 선착한 네덜란드와 12일 오전 3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빅뱅’을 펼친다.

◇첫 우승은 내가 먼저=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 네덜란드와 2위 스페인은 아직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대회에서 2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네덜란드는 준우승 당시 모두 결승에서 개최국에 패했지만 중립지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스페인의 ‘월드컵 울렁증’은 더 심했다. 남아공월드컵까지 13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스페인은 1950년 브라질대회 때 4위가 역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월드컵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무관의 제왕’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스페인은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을 푼데 이어 내친김에 월드컵 첫 제패라는 대기록 달성에도 도전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 중 한 나라는 월드컵 역사상 여덟 번째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06년 독일대회까지 총 18차례 열린 월드컵에서는 브라질(5회),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2회), 잉글랜드, 프랑스(이상 1회) 등 일곱 나라만이 세계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실리축구 지존은=네덜란드와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화려함보다는 조직력을 앞세우는 ‘실리축구’로 결승까지 올랐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대변되는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지지 않는 축구’로 지역 예선(8연승)과 본선(6연승)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로 2008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추하게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오렌지군단의 변화를 이끌었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실리축구는 지역예선을 포함한 14경기 연승으로 나타나 남아공월드컵 ‘전승 우승’에 대한 기대까지 부풀리고 있다.

스타 중심의 기술축구로 인기를 끌었던 스페인도 이번 대회에서는 효율적인 축구로 승부를 걸고 있다. 스페인은 4강까지 6경기 동안 고작 7골을 터트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단 2실점만 하는 ‘짠물수비’로 결승까지 올랐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1로 지고 나서 온두라스(2대0 승), 칠레(2대1 승)와 경기에서만 두 골을 넣었을 뿐 16강 이후부터는 세 경기 모두 한 골씩 넣어 1대0으로 이겼다. 필요한 점수만 넣고 지키는 축구를 했다는 얘기다.

◇비야냐, 스네이더르냐=다비드 비야(스페인)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가 펼치는 득점왕 경쟁도 결승전을 보는 관심사중 하나다.

비야와 스네이더르는 나란히 5골씩 넣어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3-4위전에 나가는 토마스 뮐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이 네 골로 역전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비야와 스네이더르가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비야와 스네이더르는 골을 넣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 경우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볼 수상도 사실상 예약하게 된다. 결국 이기는 쪽이 우승컵과 함께 골든볼, 골든슈(득점왕)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