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 실려 오감 자극하는 음식 이야기… ‘냠냠’

입력 2010-07-08 17:42


냠냠/안도현 시·설은영 그림/비룡소

이 동시집에는 영양가 높은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갖가지 밥과 누룽누룽 누룽지, 파마한 라면, 동글동글 보름달 같은 단무지, 노릇노릇 군만두, 아삭아삭 샐러드, 퀴퀴한 김치 악당, 물에 동동 물김치….

기발한 상상력으로 씌여진 동시도 있다. “위층 아래층/평수가 똑같네//창문도 베란다도/크기가 똑같겠지//햇볕도 바람도/사이좋게 차곡차곡//외할머니가 보내 주신/깻잎장아찌 아파트//외할머니 마음이/한 층 한 층 포개졌지”(‘깻잎장아찌 아파트’)

‘냠냠’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로도 잘 알려진 안도현(49)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먹는 다양한 음식과 음식 관련 소재들을 유머와 재치 넘치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무엇보다도 동요를 부르는 듯 운율이 살아있는 입말이 압권이다.

“논에서는 쌀밥/밭에서는 보리밭/고들고들 고두밥/아슬아슬 고봉밥/이에 물렁 무밥/혀에 찰싹 찰밥/달달 볶아 볶음밥/싹싹 비벼 비빔밥/함께하면 한솥밭/따돌리면 찬밥”(‘밥도 가지가지’)

재미난 음식 이야기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시적 상상력에 실려 오감을 자극한다. 노래처럼 흘러가는 동시들을 읽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고소한 냄새가 나고, 도마 위에서 파와 갖은 양념이 다져지는 소리가 난다. 그건 의성어와 의태어가 적절히 섞였기 때문인데 엄마가 정성을 다해 장만한 음식을 냠냠 먹고 있는 아이들의 입 모양이 저절로 떠오른다.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일 것이다. 행복감으로 헤 벌어지는 아이들의 입을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사랑의 시편이기도 하다. 아니 안도현 자신이 어릴 적부터 냠냠거리며 먹었던 음식의 모든 것이 시집에 빼곡히 박혀있다.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자//가랑가랑 내리는 가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자//오고 또 오고 질긴 장맛비로는 쫄면을 만들자”(‘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안도현은 “지금은 곳곳에 먹을 게 넘쳐나는 때지요. 하지만 밥이 하늘이라는 말이 있지요. 여러분은 정말 밥을 하늘처럼 귀하게 여기나요?”라고 반문했다. 밥상 앞에서 늘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 어린이에게 꼭 들려줘야할 동시들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