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25년-(상) 부쩍 커진 ‘코스탄’ 이름없이 섬긴다] 말씀바탕 변혁 헌신
입력 2010-07-08 10:44
복음주의 기독 한인 유학생들의 운동인 코스타 수양회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200여명의 가난한 한인 유학생으로 시작된 모임이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매년 15개국에서 2만여명의 청년·학생들이 참여하는 코스타 수양회로 성장했다. 코스타(KOSTA)는 당초 미국 내 한인 유학생(KOrean STudent in America)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지만 이후 미국(America)을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로 바꿔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코스타를 거쳐 간 사람들(스스로 ‘코스탄’이라 부름)은 각계의 지도자로 살고 있다. 복음과 지성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들의 몸담고 있는 곳의 변혁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코스타 25주년을 맞아 코스타의 역할을 짚어본다.
코스타 시카고 수양회장 휘튼칼리지에서 만난 코스타 국제본부 곽수광 상임대표는 “세계 각국 코스타 수양회 참가자 수가 지금의 2만명에서 1년 내에 3만명으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코스타 개최를 희망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그렇게 되면 전 세계 30만명의 한인 유학생 10분의 1이 코스타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민족 복음화와 세계 선교의 엄청난 잠재 자원들인 이들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탄은 각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벌이고 있다. 제1회 코스타에 참석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뒤 한반도평화연구원을 만들어 남북통일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통일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평양과기대 설립부총장이자 옌볜과기대 교수인 정진호 박사는 5회 미국 코스타 수양회에서 남북통일의 비전을 발견했다. 옌볜과기대 교수의 절반, 한동대 교수의 상당수가 코스탄이다. 이밖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코스탄은 주류 사회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가 크리스천의 소명을 감당하고 있다. ‘이름 없이 섬긴다’는 코스타 정신을 이어 받아 이들은 겸손과 헌신으로 사회 변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주께서 우리를 이 시대에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하신 이유와 뜻이 있음을 믿으며, 조국에 있든 해외에 있든 민족 복음화를 위한 사명과 우리 조국에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사명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코스타 신앙고백문의 일부다. 코스타 수양회의 주제나 강의 속에 ‘민족’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홍정길 코스타 국제이사장은 “코스탄은 외국에 나와 유학하는 선택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며 “이들이 두고 온 조국에 대해 마음의 부담을 지니고 사명감을 갖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코스타는 방향을 전환했다. 비전의 초점을 한국 민족에서 세계 민족으로 넓혔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국 회귀보다는 해외에 체류하거나 흩어지는 경향이 많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은 변화된 고국의 정치·경제적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참석 대상도 한인 유학생에서 한인 청년으로 확대했다. 한인 교회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아시아나 구소련 연방국가 등 제3세계 전문인 선교사가 대거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미국 표준과학기술연구소(NIST) 황지성(51) 연구위원은 당시 전 세계 디아스포라운동 연구결과를 코스타 수양회에서 발표해 이 같은 방향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150년 동안 한인 디아스포라는 엄청난 고난의 현장에 있었다”며 “이 같은 경험은 동일한 고난을 겪고 있는 타민족 디아스포라를 위해 쓰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각 에스닉(인종) 교회들이 급성장하고 있고, 코스타를 거쳐 간 1.5세 목회자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다는 게 황 위원의 설명이다.
콜로라도기독대학교 김도현 교수는 “세속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미국이나 안티기독교가 성행하는 한국도 이미 코스탄을 포함한 한인 디아스포라의 선교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코스탄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카고=글·사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