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영성의 길
입력 2010-07-08 17:21
(1) 하나님의 소리
“그들이 그날 바람이 불 때 동산을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창 3:8)
신앙인이 평생 물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내 앞에 계신 하나님은 누구인가 하는 것과 하나님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내 앞에 선 하나님에 대한 질문이 신앙의 본질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님 앞에 선 나에 대한 질문은 나의 신앙적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 두 질문은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우리의 신앙생활을 이끈다. 유대인들이 예배하는 회당 설교단상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네 앞에 서신 분이 누구인지 알라(Know whom you stand before).”
우리의 삶과 믿음은 늘 우리 앞에 계신 그분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와 늘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하나님과 우리가 이렇게 서로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든 신앙적 사건과 축복은 이 둘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유대인 소설가 엘리위젤이 물었다. “하나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이야기였다. 하나님이 가장 좋아한 것은 사람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하나님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해서 사람을 지으셨다”고 했다. 하나님과 사람의 대화적 관계에 대하여 말한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하나님이 아무리 찬란한 하늘의 마차를 타고 영광 가운데 다니신다 해도 우리와 말하지 않고 계신다면 그분이 어떻게 우리의 하나님이 되겠는가? 우리에게는 무표정한 돌부처 같은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정다운 하나님이 필요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와 상관없다면 그 좋은 것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보기만 좋은 것은 우리를 살리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와 관계를 맺어 존재하고 우리를 그분과의 관계 안에 둔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좋은 것은 하나님과 우리의 이 관계에서 생겨난다. 예배는 하나님 앞에 선 우리가 그에게 바치는 경외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이다. 또한 그분이 우리에게 내리시는 무한한 은혜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다. 예배는 우리가 올리는 경외를 그분이 받으시고 그분이 내리시는 은총을 우리가 받아 그 안에서 함께 누리는 행복한 만남이다. 모든 좋은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생겨난다. 기도도 그렇다. 기도란 무엇인가? 기도란 러시아의 은자 테오판이 말한 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다. 그나마 평생 서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 유창한 기도를 드린들 그 기도가 우리를 살리겠는가?
그야말로 불러도 이름 없는 이름은 우리를 살리지 못한다. 혼자 되뇌는 독백은 나를 살리지 못한다. 우리의 말이 그분에게 들려야 하고 그분의 말씀이 우리에게 들려야 한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말씀하셨다. 자연을 향하여 말씀하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 말자. 사람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그 소리를 아담과 하와가 들었다. 서로 마주본 두 관계, 말하고 듣는 대화적 관계, 그 아름다운 만남의 관계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위대한 영성과 예배의 길의 출발이다.
이윤재 목사 <분당 한신교회>
●약력=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M.A.)·미국 샌프란시스코 신대원(D.Min.) 졸업. 현 별세목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