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떡잎

입력 2010-07-08 17:36


유럽에서 일어난 30년 전쟁으로 기독교도였던 보헤미아의 모라비아인들은 고향에서 쫓겨나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져 학대와 차별대우를 받으며 살았다. 당시 기독교도는 보헤미아 인구의 90%에 해당할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가톨릭 정권에 의해 고향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박해를 받았고 헐벗고 굶주렸다. 종교 지도자였던 코메니우스(1592∼1670)는 자기 민족이 신앙심을 지키고, 나라를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었던 코메니우스와 그의 신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곧 그들은 교육이 유일한 대안임을 깨달았다.

코메니우스는 청년들을 교육해 보았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들의 신앙심을 유지시키는 것도 어렵고 애국심을 갖게 하기도 힘들었다. 고심 끝에 코메니우스는 어머니들을 교육하여 갓 태어난 아기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양육하도록 해 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만 6세 이전에 어머니들로부터 신앙을 배운 유아들은 청년이 되어서도 그 믿음을 굳건하게 지켰고 지식을 습득하여 유능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코메니우스는 어머니들을 위한 교육서로 ‘유아학교’(무릎학교라고도 번역함)를 썼고 어머니들이 이를 지키도록 하였다.

“다 자란 나무의 보기 싫은 가지들은 어린 묘목일 때부터 잘못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람 또한 처음 형성된 육체와 정신의 조합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면서 어머니들이 ‘유아학교’의 가르침대로 유아들을 성심껏 가르칠 것을 부탁하였다. 믿음을 간직하면서 자란 이 모라비아인들은 세계 전역으로 퍼졌지만 대대로 신앙을 지키고 있다가 훗날 자신들의 교회를 곳곳에 세웠다.

칼럼을 시작하며 모라비아인들에 대해 장황히 쓴 것은 가정이건 나라건 어려움을 당하기 전에 유아들이 올바른 신앙심을 갖고, 도덕적인 행동을 하며,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우며 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서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은 신앙심을 이야기하거나 도덕적 행동을 말하면 구태의연한 노인 세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앙심과 건전한 도덕이 빠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허무감, 우울증, 자살 충동, 물질만능주의는 아닐까?

코메니우스는 유아학교에서 우리가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경건함, 도덕심, 지식의 순서여야 한다고 했다. 이 순서를 바꾸어 지식을 먼저 가르치면 그 아이는 분명 버릇없고, 배려심 없으며, 머리를 써서 나쁜 일을 하는 어른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모든 기독교 가정에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건전한 가정이 건전한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때문이다.

●약력=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 유아교육학 석사, 이화여대 유아교육학 박사,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1975∼2008.6), 현 환태평양유아교육연구학회(PECERA) 회장

이원영(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