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 한은에 또 쓴소리… “한은 특성 도외시” 반발기류도

입력 2010-07-07 18:47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다시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다윈의 말을 빌려 적자생존의 냉혹한 논리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7일 한은에 따르면 김 총재는 지난 5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변화하는 데 있어서 혹시 남보다 뒤떨어지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으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나 외국 중앙은행에서 한은 직원의 활약이 미미하다는 점, 인사시스템이 투명하지 않고 인정에 얽매인다는 점, 경영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은 고위직이 바쁘지만 후진국은 하위직이 바쁘다. 업무의 질이 높아야 함은 말할 나위 없고 업무의 양도 고위직이 많아야 하는 게 선진국”이라며 “우리는 누가 얼마나 더 바쁘냐”라고 반문했다. 간부직을 겨냥한 셈이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요새 한은은 태평성대”라고 언급해 외부 출신 총재로서 한 직장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나타나기 십상인 무사안일을 에둘러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내부의 반발 기류도 적지 않다. 한 직원은 “김 총재가 안정성을 우선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기질이 강한 중앙은행 직원들의 특성을 도외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일부 외부인에 의해 과장·윤색된 한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