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물 여름철 냉방 제한’ 이후… 한낮 백화점·은행 실내온도 25∼27도

입력 2010-07-07 18:38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은행과 백화점 등으로 피서 가던 모습이 사라졌다. 냉방 온도를 높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7일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명동 등 주요 상권의 대형빌딩 실내 온도를 온도계로 직접 측정해봤다. 대개 적정온도인 25∼27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명분도 지키고 냉방 비용도 줄일 수 있어 다들 적정 온도 유지에 열심이다.

주중에도 쇼핑인파로 가득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실내온도는 26도, 근처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26도를 유지했다. 강남의 뉴코아아울렛은 27도로 조사됐다. 정부 관련 건물들의 온도는 조금 더 높았다. 광화문우체국은 무려 29도로 바깥 온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여의도우체국과 세종문화회관은 27도였다.

앞서 6일 정부는 전력소비가 많은 586개 대형건물의 실내 온도를 26도로, 마트와 백화점 등 판매시설은 25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에너지절약 대책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또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서 권장온도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건물이 적정온도를 완벽하게 준수하진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심시간 등엔 25∼26도를 유지하지만 고객이 몰릴 땐 23도까지 낮출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은행은 시원한 곳’이란 인식이 있고 고객들이 시원한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들 건물의 적정 온도 준수에 대한 이용객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은행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는 윤미라(27)씨는 “예전엔 냉방병 걸려 고생한 친구들이 주위에 많았다”며 “아픈 것보다 덜 시원한 것이 낫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지희(32)씨는 “버스나 지하철은 너무 추워 카디건을 입을 때가 많다”며 “26도 정도면 적당하다”고 말했다. 주부 이연희(35)씨는 “마트에서 유모차를 끌어도 힘들지 않고 시원하다”며 “더운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 등에선 다소 불만이 있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 5일째 입원 중인 이선영(21)씨는 “한여름인데도 냉방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복도나 로비에 주로 간다”고 했다. 그는 26도라는 얘기를 듣자 “병원임을 감안해 그것보단 더 시원하게 해 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여름철엔 대략 22도 이하면 추위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실내외 온도차이가 5도 이상 벌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비염이나 폐렴 등 소위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지식경제부는 온도의 변화가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여름엔 적당히 더워야 건강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며 “더운 것이 여름의 매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김소라 김지윤 박소연 대학생 인턴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