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ARF 7월 23일 개막… 남북 ‘천안함 외교전’ 격돌
입력 2010-07-07 21:26
베트남 하노이가 남북한 ‘천안함 외교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각국에 퍼져있는 외교공관을 중심으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온 남북은 오는 23일부터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격돌하게 된다. ARF는 아태지역 27개국이 모여 안보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가장 권위 있는 정부 간 다자안보협의체로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기구다. ARF에는 미국과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 장관들이 자리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라운드였다면 ARF 무대는 2라운드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물타기로 안보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양자제재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대응은 ‘상징적 선언적’ 조치로 일단락 짓고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한·미동맹이라는 안보 틀과 양자제재를 통해 실현해 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ARF 직전인 20일 서울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담(2+2회담)이 처음으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유엔 안보리 이후 천안함 관련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 안보리 후속조치로 논의돼온 한국과 미국의 대북제재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ARF 무대를 통해 한·미는 참여국들을 대상으로 대북제재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반대로 북한과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는 7월 중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무력시위 성격의 서해상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천안함 사태가 기폭제가 된 미·중 간 한반도를 둘러싼 힘겨루기도 ARF를 통해 표출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미와 북·중은 의장성명 문안을 작성하는 의장국 베트남과 다른 참여국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외교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세안 특유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애매한 정치노선으로 인해 천안함 외교에 저해되는 결과물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한 전망도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