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보이콧·난투극… 지방의회 원 구성 싸고 곳곳 파행·추태
입력 2010-07-07 18:23
최근 개원한 지방의회가 원 구성 등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당 간 힘겨루기와 감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광역은 물론 기초의회가 개원 벽두부터 심한 갈등과 파행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장단 독식에 항의, 회의에 불참하는가 하면 농성을 벌이고 있고 심지어 난투극까지 빚어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의회 내 마찰이 집행부와의 갈등으로 확산돼 지방 행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역의회, 농성 및 불참에 집안다툼까지=경남도의회는 원 구성을 둘러싼 마찰이 커져 비(非)한나라당 의원들이 6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7일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소속 손석형 의원 등 7명은 “의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데도 한나라당은 도의회가 한나라당만의 의회인 양 싹쓸이와 일방독주로 의회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원 구성 독식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성과 책임성 있는 협상안으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경남도의회는 앞서 5일 비한나라당 의원 21명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의원 38명만 참석해 의장과 부의장 2명을 선출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6일 원 구성을 마치려 했으나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 간에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두고 기싸움이 벌어져 10여분 만에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특히 이날 회의엔 초등학생 60여명이 지방자치를 견학하러 왔다가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등 추태를 보이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현장 견학을 왔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는 부의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당이 추천한 후보가 탈락하고 자기 당 소속이지만 다른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되자 “자유선진당이 약속을 어기고 (민주당의) 뒤통수를 때려 이 같은 결과를 낳게 됐다”며 반발하면서 후폭풍이 심상찮을 전망이다.
인천시의회는 전체 38석 중 23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미리 내정한 의장 후보가 전체 의원 투표에서 낙선하자 지난 6일
개원식에 불참하는 등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튿날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도 진행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리다툼에 연연하고 반쪽 의회를 만든 것은 의원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의장 2석 중 1석과 더불어 상임위원장도 10석 가운데 3석을 요구하고 있으나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를 모두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대표는 13일 임시회를 앞두고 지난 5일 협의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북도의회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2명), 상임위원장(6명) 자리 전부를 차지하자 교육위원장 자리를 요구해 온 교육의원 5명과 한나라당 소속 의원 1명 등 6명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6일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논란을 빚다가 민주당 불참 속에 원 구성을 마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충북도의회에서는 원내 1당인 민주당 의원이 개원 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에게 “의장은 누구, 부의장은 누구”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첫날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기초의회, 반쪽 출범 및 감투경쟁 몸싸움=이 같은 상황은 기초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울산 남구의회는 의장단 선출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힘겨루기를 벌이며 일주일째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남구의회는 1일 양당 합의와 달리 의장과 부의장을 비롯해 내무위원장까지 한나라당이 독식하자 민노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 의한 정당한 선출이 무산돼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고, 민노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식 밖의 행동과 함께 약속을 어기고 국회의원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남 화순군의회는 7일 의장단 선출을 놓고 의원 간 마찰을 빚는 바람에 원 구성은 물론 개원식도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군의회는 이날 의장단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당 7명과 무소속 3명인 의원들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임시회 자체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선거 당시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던 의원들이 감투싸움으로 개원도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끼리 의장 선출을 두고 식당에서 대화를 하다 감정이 격해져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도 안양시의회와 부천시의회 등은 소수당이 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렸고, 동두천의회와 충북 단양군의회 등은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뒤 의장단 선출이 마무리됐다.
이밖에 충남 아산시의회는 전체 14석 가운데 4석씩 모두 8석을 차지한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수연합을 내세워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맡기로 하고 부의장까지 눈독을 들이자 원내 최다인 6석을 확보한 민주당 의원들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종합=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