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네덜란드, 실리축구 앞세워 우루과이 3대2로 제압

입력 2010-07-07 18:35

‘토털사커에서 실리축구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실리축구를 앞세워 32년 만에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우승까지 넘보게 됐다. 네덜란드는 7일(이하 한국시간)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히오바니 판브론크호르스트의 선제골(전반 18분)과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추가골(후반 25분), 아르연 로번의 쐐기골(후반 28분)로 막판 거센 추격전을 벌인 우루과이를 3대 2로 제압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첫 우승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 월드컵 6전 전승을 포함해 2008년 9월 이후 이어져온 A매치 무패 기록도 25경기(20승5무)로 늘렸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58)의 실리축구가 위력을 발휘한 결과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08) 직후 사령탑에 오른 뒤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네덜란드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대표되는 토털사커의 원조다. 유럽 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개인기와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어 뒤집는다’는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우는 재미있는 축구로 전 세계 축구팬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주요 국제경기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거나 더 날카로운 공격력을 갖춘 국가에 일격을 당했다. 월드컵에서도 1974년 서독대회(서독에 1대2패)와 1978년(아르헨티나에 1대3패) 2회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되며 ‘빛 좋은 개살구’라는 조롱도 함께 받았다.

유로 2008 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한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뤼트 판 니스텔루이(34·SV 함부르크)를 과감히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등 팀을 스타 위주에서 조직력 중심으로 변모시켰다.

수비를 중시여기는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한 네덜란드는 공격진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를 바탕으로 전방위에서 압박을 가하는 등 과거와 전혀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네덜란드는 실리축구를 앞세워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 뿐 아니라 예선(8연승)-본선 전승(7연승) 우승이라는 대기록까지 노리고 있다.

“화려함을 버리고 추하게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던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축구가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어떤 위력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