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주인공 있지만… 그들의 친구가 더 끌리는 이유

입력 2010-07-07 18:11


‘동이 친구 정임’ 정유미, ‘문재인 동생 홍모네’ 정소민 눈길

연기력 바탕 매력적 캐릭터 구현, 주연 뛰어넘는 존재감


TV브라운관에서 ‘여주인공의 친구들’이 안정된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여주인공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급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서는 ‘한효주(동이 역)의 친구’가 인기다. 감찰부 나인 정임은 동이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수사에 협력한다. 이 역을 맡은 정유미는 네티즌 사이에서 ‘얼음공주’라는 애칭을 얻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에는 ‘한가인(문재인 역)의 아는 동생’ 정소민(홍모네 역)이 있다. 홍모네는 자신에게 미술을 가르쳐 준 문재인을 친한 언니처럼 따른다. 정소민은 이 역을 통해 순수함을 드러내면서 각종 광고, 영화 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종영한 KBS 2TV ‘아이리스’에서도 ‘김태희(최승희 역)의 친구’ 김혜진이 유명세를 탔다. 최승희의 친구이자 NSS(국가안보국) 자료실장 양정인 역을 맡은 그는 검은 뿔테안경과 깔끔한 정장이 조화된 지적인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KBS 2TV ‘달콤한 밤’ MC로 발탁되고, 3∼4개의 광고를 찍으며 주가를 올렸다.

‘여주인공의 친구들’은 주인공의 존재감이 미약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동이’에서 여주인공은 기존 사극 속 영웅과 달리 나약하고 수동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귀엽지만 카리스마 없는 동이보다 그 옆에서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친구 정임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

‘나쁜남자’에서도 한가인이 연기하는 문재인 역은 착하고 여린 여주인공으로 기존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온 캐릭터다. 반면 한 남자에게 집착하고 사랑에 떼쓰는 홍모네는 솔직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부각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동이가 혼자 힘으로 성장하기보다 수동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끌어주면서 성장하다보니 힘이 부족해 보인다. ‘나쁜남자’에서 문재인은 더 속물적으로 갔어야하는데 적당히 착한 수준에서 그쳐 별 특색이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옆에 있는 조연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기를 끄는 ‘여주인공의 친구들’은 준비된 연기력으로 조연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동이 친구’ 정유미는 2003년 데뷔해 ‘친구, 우리들의 전설’ ‘보석비빔밥’ 등 여러 작품에서 연기 경력을 쌓은 ‘중고 신인’이다. ‘김태희 친구’ 김혜진도 ‘아이리스’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2004년 영화 ‘썸’으로 데뷔한 6년차 연기자다.

김혜진의 소속사 IHQ는 “기본적으로 연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적은 분량이었지만 지적이고 신중한 자료실장 역할을 충실히 연기할 수 있었다. 역이 잘 살아나면서 점점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