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에 기생하는 사조직 근절해야
입력 2010-07-07 20:18
국무총리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사찰 파문은 권력 내부 비선(秘線) 조직의 존재를 드러냈다. 공무원 사정과 관계 없는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공식 라인인 민정수석실을 따돌리고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 비서관이 비공식 라인의 최상위일 리 없다. 그의 윗선에 누가 있는지, 비공식 보고가 상시적으로 이뤄졌는지, 사찰의 진짜 목적이 뭔지를 밝혀야 한다. 권력에 기생해 국정을 농단하는 사람들을 잠재워야 한다.
어느 정권이건 권력과 권력을 보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속성은 같았다. 대통령과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얽힌 사람들이 권력을 나눠 받고 확장하려 한다. 집권에 기여한 공로자 그룹과 집권자의 연고 지역 출신에 대한 우대는 상식이 됐다. 지금 구설에 오르는 영포목우회도 그런 예라 하겠다. 그러나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겉에 드러나지 않고 밑에서 암약하는 비조직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명 기자회견까지 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그런 점에서 항상 주목의 대상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박 차장은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비서관으로 있다가 권력 내부의 갈등으로 낙마했다. 그가 왕(王)차관으로 불리는 자리에 있으면서 총리실 하부 조직의 활동 내용을 모를 리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세간의 눈길은 이미 박 차장을 넘어 이 전 부의장과 지난 대선 때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로 옮겨가고 있다.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각됐기에 어설픈 사람이 됐지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람만큼만 하라”고 격려받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권력 내·외부 사조직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남은 임기가 어려워진다. 퇴임 이후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보았다. 잘라야 할 때 자르지 못하면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된다.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가 된다면 검찰과 대통령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