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국내여행 여름캠페인] (中) 속리산국립공원으로 떠나는 생태관광
입력 2010-07-07 17:47
속리산, 등반만 하지 마세요… 구석구석 느껴보세요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던 지난 주말. 속리산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정이품송을 호위하듯 말을 타고 공원을 순찰하는 기마순찰대의 늠름한 모습에 발걸음을 멈췄다. 신기한 듯 탐방객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일부 탐방객은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를 찾아 승마체험을 신청했다.
승마체험은 흥미진진했다. 먼저 속리산국립공원 직원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기마순찰대가 안전교육 후 승마 시범을 보였다. 헬멧과 조끼, 그리고 승마용 장갑을 착용한 탐방객이 말에 오르자 기마순찰대원이 말고삐를 잡고 원형마장을 서너 바퀴 돌았다. 4마리의 말은 마사회에서 기증받은 퇴역 경주마. 기수가 된 듯한 기분에 탐방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속리산국립공원이 기마순찰대를 창설한 것은 1997년. 순찰 차량 운행을 줄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하고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승마체험이 어려운 노약자를 위해 말먹이주기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탐방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2000여명이 승마체험을 했고, 올 상반기에는 3000여명이 참여했다
여느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속리산국립공원의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알차다. ‘속리산과 친구 되기’ 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넷 신청 후 오전 10시에 속리산사무소 앞에 모이면 된다.
탐방객들은 승마체험을 한 후 태풍으로 한쪽 가지를 잃었지만 여전히 위풍당당한 정이품송을 감상한 후 국립공원 에코가이드의 안내로 오리숲을 둘러본다.
매표소에서 법주사 사이에 위치한 오리숲은 전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가 늘어선 숲의 길이가 5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자연해설의 주제는 저탄소 녹색체험으로 속리산의 깃대종인 망개나무와 하늘다람쥐의 생태 등 자연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어 ‘우리가족 액자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은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99칸 가옥으로 유명한 선병국 가옥에서의 전통음식체험은 속리산에서 맛보는 특별한 경험. 선병국 가옥은 화강석 기단과 둥근 기둥을 받친 팔각 주춧돌, 단아한 서까래와 기와 등 보통 사가에서는 볼 수 없는 기품이 서려있는 한옥. 수대째 내려오는 간장의 역사가 유명한 선병국 가옥에서 김치·된장·장아찌 담그기, 한과 만들기, 지역별 항아리 알아보기 등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선병국 가옥은 공원 구역 밖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탐방객들을 안내한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탐방시설과 이노용씨는 “가족 단위 탐방객들은 산 정상에 오르는 정상정복형 수직탐방보다 저지대 수평탐방을 선호한다”며 “국립공원은 탐방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숲해설 등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구역상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그리고 경북 상주시에 걸쳐있는 속리산국립공원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보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탐방객이 적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병천마을. 우복동(牛腹洞)으로도 불리는 용유리는 문장대에 오르는 가장 가까운 산골마을이지만 아직은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 속리산사무소는 병천마을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담여행사와 공동으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첩첩산골인 우복동은 찾아가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다. 서쪽은 백두대간의 속리산 바위병풍에 첩첩이 막혀있고 북쪽은 백두대간 말티재를 넘어야 괴산으로 연결된다. 남쪽은 갈령을 넘어야 멀리 상주로 갈 수 있다. 고개를 넘지 않는 유일한 관문은 동쪽의 문경 가는 길이지만 쌍룡계곡을 따라 가파른 벼랑이 연이어져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심산유곡이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지리산 청학동, 가야산 만수동과 함께 속리산 우복동을 조선 3대 길지라고 밝혔다. 병화가 침범할 수 없는 상상속의 이상향인 우복동이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북면 주민들은 마치 소의 배 안처럼 생겨 사람살기에 더없이 좋다는 그 우복동이 속리산에 둘러싸인 용유리 일대로 보고 있다.
병천마을의 생태체험은 계절별로 뚜렷한 색깔과 개성을 자랑한다. 여름철의 체험거리는 감자 캐기, 다슬기 줍기, 약초 캐기 등. 마을을 관통하는 쌍룡계곡에는 다슬기와 물고기가 지천이다.
탐방객과 주민들은 다슬기도 줍고 감자를 캐는가 하면 마을의 전통농업학습관에서 도란도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금세 다정한 이웃으로 변한다.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용유리 일대는 생태관광을 겸한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경관이 수려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쌍용계곡은 한여름 피서객들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속리산 정상인 천왕봉(1058m)과 가장 가까운 장각계곡 입구의 장각폭포는 ‘불멸의 이순신’ 등 드라마 촬영지. 6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폭포 위 바위에 서있는 금란정과 노송은 한 폭의 동양화. 우복동으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풍경들이다.
보은·상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