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심리치료 큐레이터 명희정씨 “플랫폼 A+A 통해 심리치료로 행복을 드려요”

입력 2010-07-06 19:00


미국 뉴욕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명희정(39·사진)씨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2005년 독립해 유럽시장에 자신의 패션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잘 나가는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2006년 여름 제주도에서 낙마사고를 당해 입원과 치료를 반복하면서 우울증에 빠졌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1년여의 힘겨운 시간 끝에 그는 아티스트인 친구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시각적 창작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느끼며 재활에 성공했다. “말로만 듣던 미술치료 효과 덕분에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명씨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기 위해 미술심리치료(아트세러피) 분야 큐레이터로 변신했다.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영국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즈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다.

그가 구상한 프로그램은 작가(Artist)와 관객(Audience)의 소통을 위한 무대로 ‘PLATFORM(플랫폼) A+A’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명의 신진 아티스트와 10명 정도의 관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주어진 주제 아래 대화를 나눔으로써 영향을 주고받는 겁니다. 아티스트의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예술을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지요.”

지난해 런던 시내 카페와 광장, 2층버스, 회사의 대회의실 등에서 패션, 사진, 그래픽 등 시각적 표현언어가 동원된 프로그램을 6차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예술계 안팎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든든한 후원자도 생겼다. 공공미술관이 해야 할 프로그램을 개인이 혼자 해낸 것에 보람을 느꼈다.

런던에서의 성공적인 프로그램 진행으로 힘을 얻은 명씨는 서울에도 ‘플랫폼 A+A’를 확산시키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일 서울 효자동 한 카페에서 금속공예가 최서윤씨와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타워 17층 라운지에서는 패션 디자이너 엄미리씨와 일반 관객 1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갖는다.

명씨는 앞으로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퍼포먼스, 동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관객 참여 아트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도록 힘쓸 계획이다. 그는 “미술치료 개념이 도입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이광형 선임기자, 사진=홍해인 기자 ghlee@kmib.co.kr